히틀러 기념 행사 방송 놓고 미국-폴란드 외교 갈등

입력 2018-11-29 13:19  

히틀러 기념 행사 방송 놓고 미국-폴란드 외교 갈등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히틀러 생일을 기념하는 폴란드 신나치주의자들의 집회를 다룬 폴란드 민영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미국과 폴란드 사이에서 외교 갈등을 빚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지난 1월 유력 민영방송 TVN 계열의 'TVN 24'가 보도한 다큐멘터리였다. TVN의 소유주는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 본사가 있는 '스크립스 네트웍스 인터랙티브(SNI)'이다.
이 방송의 기자들은 폴란드의 한 신나치주의 조직을 잠입 취재해, 조직원들이 히틀러 생일 기념행사를 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축하 케이크는, 나치의 '제3 제국'을 의미하는 세 가지 상징색으로 꾸며졌다.
이 화면이 전파를 타자, 우파인 집권 '법과 정의당(PiS)'은 급진적 민족주의 정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최근 수년간 움직임이 활발해진 폴란드 내 극우세력에 대한 우려도 고조됐다.
그런데 다큐멘터리에 나온 행사가 반정부 선동의 하나로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폴란드 친정부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요아킴 브루진스키 내무장관 등 고위관리들은, 체포된 한 신나치주의 조직원의 진술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조젯 모스베커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 지난 9월 취임한 모스베커 대사는 서한에서 "민주주의가 불안한 폴란드에서 독립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자들을 고위 공직자들이 공격한 것은 경악스럽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월 첫 보도 이후 폴란드의 사법 당국이 행사를 준비한 극단주의 조직원들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정부 관리들이 기자들의 동기에 의혹을 제기하고, 해당 방송을 극단주의로 치부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모스베커 대사의 이 편지는 폴란드 정부 내부에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집권당 소속인 크리스티나 파워비치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TVN이 폴란드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에 연루돼 있으며, 모스베커 대사는 TVN의 그런 '반 폴란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워비치 의원은 또한 "폴란드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존중할 것"을 모스베커 대사에게 요구했다.
모스베커 대사의 항의 서한에는 폴란드 총리와 내무장관의 성(姓)이 틀린 맞춤법으로 표기됐다고 한다. 이 편지는 이달 초 발송됐지만, 현지 언론에 흘러 들어간 건 이번 주 들어서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의 감독을 받는 폴란드 검찰이, 문제의 신나치주의 행사를 취재한 TVN 카메라맨에 대해 파시즘 선동 혐의로 조사를 시작해 주목된다. TVN에 따르면 폴란드 국내보안국 요원이 지난주 이 카메라맨의 집을 찾아왔다고 한다.
양국 정부가 TVN을 놓고 충돌한 것은 최근 1년 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에는 폴란드 집권당의 통제를 받는 방송규제기구가 TVN의 2016년 반정부 시위 보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자 미국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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