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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임 총리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6억 달러(약 6천700억원) 상당을 반환받기 위해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2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현 총리로부터 차기 총리직을 약속받은 여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인민정의당(PKR) 총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안와르 총재는 "우리는 그들이 대화에 응할 것으로 낙관한다"면서 "그들은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협상한다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대화를 통해 충분히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는 이달 초 골드만삭스 전 임직원 2명을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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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말레이시아 정부도 골드만삭스가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약 7조3천억원) 상당의 1MDB 채권 발행을 대행하고 받아 챙긴 5억9천300만 달러(약 6천600억원)를 전액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마하티르 총리는 "골드만삭스가 부정행위를 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에는 1MDB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수조 원대의 손실을 떠안는 처지가 됐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국제석유투자(IPIC)가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악재에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11억 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 감소했다.
한편, 올해 5월 총선에서 나집 전 총리를 몰아내고 집권한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1MDB에서 횡령된 자금으로 조성된 자산을 환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맡은 금융업자 로 택 조(37·일명 조 로우) 소유의 초호화 요트 '에쿼니머티'호를 압류해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시가 2천800억원 상당의 이 호화요트의 낙찰 여부는 29일 결정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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