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국경 관통 순례길 기공식서 언급…"과거는 묻고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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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앙숙'인 인도를 향해 평화와 친선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칸 총리의 언급은 양국 국경을 관통하는 '순례자 길' 기공식에서 나왔으며, 이번 발언을 통해 양국이 화해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칸 총리는 전날 파키스탄 펀자브 주(州)에서 열린 카르타르푸르 회랑 기공식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전쟁을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양국 간 전쟁은 옵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칸 총리는 "그렇다면 대안은 친선 외에는 뭐가 더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유혈 참사를 겪은 뒤 통합한 프랑스와 독일의 예를 본보기로 삼아야한다"며 파키스탄과 인도 양국 사이에도 긴장이 완화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총선 승리 연설에서 했던 "인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면 우리는 두 발짝 나갈 것"이라는 발언을 반복하며 화해 의지를 드러냈다.
칸 총리는 지난 26일이 뭄바이 테러 10주년이었다는 점을 상기한 듯 "우리는 과거는 묻어야 한다"며 "앞으로 인도와 더 나은 관계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26일 뭄바이에서는 파키스탄의 과격 무장단체 조직원이 일으킨 테러가 발생, 166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인도 등은 이 테러의 배후가 파키스탄이라며 비난해왔고 파키스탄은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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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칸 총리는 카르타르푸르 회랑 건설 등 양국 교류 확대와 관련해 "국경이 열리고 무역이 시작되면 가난도 빠르게 종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랑은 인도 펀자브 주 지역에서 파키스탄 카르타르푸르의 시크교 성지 구르드와라 다르바르 사히브를 연결하게 된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한 뒤 인도 쪽 시크교도들이 이곳을 방문할 길이 사실상 막혀있었는데 이번에 양국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순례길을 개통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칸 총리의 이날 유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간 양국이 화해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특정 사건을 계기로 곧바로 각을 세운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 7월 칸 총리의 발언 후 2016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평화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 9월 말 외무부 장관 면담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분쟁지인 잠무-카슈미르 주(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인도가 대화 채널을 닫아버렸다.
실제로 인도 외교부는 이날도 칸 총리가 연설 도중 카슈미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경건한 행사를 정치 이슈화했다. 매우 유감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국은 영국에서 독립한 후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 핵무기 개발 경쟁 등을 벌이는 등 날카롭게 맞서왔다.
카슈미르와 관련해서는 전쟁까지 치른 끝에 지역을 분할, 통제선(LoC)을 경계로 각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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