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카지노서 환치기 자금으로 사용…일당 24명 기소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300억원대 외화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밀반출한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80여 차례나 외화가 밀반출됐는데도 세관 당국에 적발된 건 단 2차례뿐이었다.
인천지검 외사부(김도형 부장검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A(54)씨 등 외화 운반 모집책 2명을 구속 기소하고, B(24)씨 등 운반책 22명을 불구속 기소하거나 약식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달아난 총책인 전주 모 폭력조직 행동대원 C(35)씨 등 3명을 기소중지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305억원 상당의 외화를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 C씨가 필리핀 현지 호텔 카지노에서 한국 차명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외화 운반책들은 이를 국내에서 유로화로 환전한 뒤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유로화로 환전한 이유는 한화보다 금액 단위가 커 지폐 부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500 유로 지폐 1장은 한화로 75만원 상당이다.
외화 운반책들은 세관에 아예 신고하지 않거나 여행 경비라고 허위로 신고한 뒤 유로화를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0개월간 총 89차례나 외화를 갖고 해외로 나갔으나 세관 당국에 적발된 건 고작 2차례뿐이었다.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갖고 나갈 수 있는 외화는 1인당 1만달러(1천112만원)다. 그러나 자진 신고할 경우 사실상 한도 없이 외화를 갖고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외화 운반책들은 500 유로 200장(1억5천만원)을 속옷 안에 숨기거나 비슷한 금액을 여행 경비라고 신고한 뒤 밀반출했지만 출국 보안심사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외화 뭉치를 몸속에 숨길 경우 금속 탐지기로는 적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올해 2월 인천세관으로부터 28억원 상당의 외화 밀반출 사건 2건을 송치받아 9개월간 추가 수사를 벌인 끝에 이 조직의 실체를 파악했다.
검찰은 밀반출된 305억원상당 외화 대부분이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도박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금 출처를 계속 파악하는 한편 총책 C씨에 대해서는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 외화 밀반출 사건을 수개월간 계좌추적 등 수사를 벌여 300억원대 외화 밀반출 조직을 적발했다"며 "일부 피의자는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불법 환전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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