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근로자 "사고 당시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해" 누출되자마자 신경 마비된 듯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아무 냄새도 안 났는데 갑자기 한 명씩 픽픽 쓰러졌습니다. 저도 동료를 일으키다가 쓰러졌고 그 후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달 28일 오후 황화수소 누출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상구 폐수처리업체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근로자 이모(65)씨는 29일 연합뉴스와 만나 긴박했던 사고 상황을 전했다.
사고 발생시간 공장 3층에 있던 이씨는 2층 작업자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씨는 "작업자들이 2층 집수조에 폐수를 넣고 활성탄을 집어넣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집수조 근처에 있던 이모(52)씨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바로 옆 관리부장 권모(42)씨가 쓰러졌다.
사고가 난 것을 알리려고 뛰어가던 조모(48)씨도 몇 발 움직이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고 그는 전했다.
이씨는 그 뒤 정신을 잃어 이후 사고 상황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쓰러진 동료를 밖으로 빼내려고 부축한 것까지만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이씨가 목격한 작업자 3명과 공장 밖에서 동료를 구조하러 들어왔다가 쓰러진 임모(38)씨 등 4명은 사고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사고가 나자 외부에 있던 탱크로리 기사와 3층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쓰러진 작업자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에 있던 다른 목격자인 A씨는 "2층에서 '큰일 났다'는 고함을 듣고 방독면을 쓰고 뛰어 올라가 동료를 부축해 내려왔는데 워낙 긴박했기 때문에 전후 사정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스를 흡입해 쓰러진 4명을 끌어내던 작업자들은 구조 과정에서 대부분 의식을 잃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화수소는 700ppm 이상 노출되면 즉시 호흡이 정지되고 중추신경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황화수소 농도가 100ppm 이상이면 바로 후각신경이 마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목격한 작업자 대부분은 지금까지 근무 중 황화수소 등 유해물질이 누출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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