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갑자기 픽픽 쓰러졌다. 폐수 평소와 달라"
주민 대피·재난 안내문자 없었던 초동조치 논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손형주 기자 = 부산 폐수처리업체 황화수소 추정 가스 누출사고 이틀째인 29일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 업체 직원들은 "사고 당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한두 명씩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집수조에 넣고 있던 폐수가 "평소와는 달랐다"며 사고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주민 대피령이나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지 않은 관할 당국의 초동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갑자기 픽, 픽 쓰러져"
직원 이모(65)씨는 사고 순간 2층에 있던 동료가 하나둘씩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씨는 당시 공장 3층에 있었다.
이씨는 "작업자들이 2층 집수조에 폐수를 넣고 활성탄을 집어넣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집수조 근처에 있던 이모(52) 씨가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부장 권모(42) 씨가 쓰러졌고, 사고가 난 것을 알리려고 뛰어가던 조모(48)씨도 몇 발 움직이지 못하고 힘없이 픽 쓰러지는 장면을 봤다.
이씨는 그 뒤 정신을 잃었다.
2층에서 작업자 4명은 현재까지도 의식 불명 상태다. 이중 한명은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작업자들은 이상함을 인지할 겨를도 없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화수소 농도가 100ppm 이상이면 바로 후각신경이 마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폐수 종류가 평소와 달랐다"
업체 직원들은 이날 고객사인 대기업 P사 연구소로부터 수거한 폐수가 평소와 달랐다고 말한다.
한 직원은 "P사에서 매번 폐수를 가지고 오던 장소가 있는데 이날은 P사 직원이 다른 장소를 알려주며 폐수를 가져가라고 했다"면서 "폐수를 가져와 보내 평소와 색깔이 달라 샘플링 검사를 해보니 알칼리 성분이 나왔다"며 전했다.
A 업체의 한 간부도 "알칼리 성분 폐수는 계약과 다른 것이어서 B사에 전화해 '다음부터는 이런 거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폐수처리업체는 폐수를 산성, 약한 산성 등 성질에 따라 분류한 뒤 업체 내 집수조에 분류해서 넣는다.
성질이 다른 폐수를 섞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유독가스 등을 뿜을 수 있어서 물환경 보전법에서도 이렇게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폐수에 P사의 폐수가 섞여 사고가 발생한 뒤 사상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섞인 폐수는 pH 3∼4의 강한 산성을 나타냈다.
사상구 한 관계자는 "수거한 폐수에 대해 간이 검사를 했는지, 어떤 경위로 해당 집수조에 넣기로 결정했는지, 착오로 다른 집수조에 잘못 넣은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주민 불안 확산…"초동대처는 적절했나"
사고로 인한 중·경상자는 10명으로 늘어났다.
사고 발생 후 최초 집계에는 업체 관계자 7명으로만 부상자로 잡혔으나, 인근 공장 근로자 3명도 이후 복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부상자가 늘어났다.
인근 주민들도 각종 증상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주민대피나 부산시 재난 안전문자는 없어 초동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상구는 사고 발생 이후 1시간 10분 뒤 건물 외부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소방 측정 결과를 토대로 해당 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신 구에 문자 수신을 동의한 사람에게만 사고 정보를 보내는 시스템을 이용해 2천500명에게만 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문자 수신 동의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주민이 태반이고, 당시 공장 주변을 지나는 사상구 주민이 아닌 사람도 있었을 텐데 부산시 재난문자를 보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주변에 가스 확산이 없다고 하는데 악취를 맡은 주민이 많고 인근 근로자가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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