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싱가포르]②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육 강국'

입력 2018-12-02 10:00   수정 2018-12-03 11:29

[해외교육-싱가포르]②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육 강국'
'능력주의' 싱가포르 교육…학교별 '랭킹'도 존재
사교육 부담도 만만찮아…"졸업시험 걱정에 유학까지 고려"



(싱가포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니키(10)는 매일 오전 5시 45분에 일어난다. '조금만 더 잘래'라며 외치지만 소용없다.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서 7시쯤 학교에 도착하면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바쁘다. 전날 무엇을 했는지, 재미있는 일은 없었는지 말하다 보면 수업 시간이 다가온다.
금요일 수업은 중국어, 수학, 영어, 과학 등 총 4과목.
오전 7시 40분 중국어 수업을 시작으로 수학까지 2시간 30분을 연이어 공부하면 30분간의 꿀맛 같은 쉬는 시간이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거나 학교 식당에서 군것질한 뒤 교실로 돌아오면 다시 수업이다. 영어 1시간, 과학 1시간 30분씩 공부하고 나면 드디어 수업이 끝난다.
점심을 먹은 뒤 4살 어린 여동생과 밖에 나가 놀고 싶지만, 여유는 없다.
니키는 매주 월·목요일에는 수학, 수·토요일에는 영어와 과학 개인 교습(Tuition)을 받는다. 일요일에는 바이올린 수업도 3시간씩 한다.
니키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숙제를 하다 보면 보통 오후 8시쯤에 공부가 끝난다. 놀 시간이 많이 없다"고 털어놨다.



싱가포르의 학교는 보통 오전 7시 30분께 일과를 시작한다. 과목별로 40∼50분 수업을 하고 10분씩 쉬는 우리와는 달리 수업은 크게 2∼3시간씩 이뤄진다.
싱가포르 시내의 한 초등학교의 시간표를 살펴보면, 이 학교 5학년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7시 45분부터 오후 1시 45분까지 수업을 듣는다.
월요일에는 조례-과학-수학-영어-모국어(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중 선택), 화요일에는 수학-과학-체육-영어-모국어-영어 등 수업 대부분은 기초 교과목 위주로 이루어진다.
중학교 역시 비슷하다. 대부분의 중학생은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수업을 시작해 언어·수학·과학 등 5∼6과목을 배운다. 수업이 끝난 뒤 보충 수업이나 특별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른 아침부터 수업하다 보니 학교 일과가 일찍 끝나 좋을 것 같지만, 마냥 놀 수만은 없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도, 시험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교육은 흔히 '능력주의'로 불리는데, 초등학교 과정부터 여러 차례 시험을 쳐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고 성적에 따라 교육 과정을 달리한다.
초등학생은 보통 5학년 때부터 과목별로 수준에 맞춰 수업하며, 졸업시험(PSLE) 성적에 따라 중학교 과정이 고속 혹은 속성(Express)·인문계 보통(Normal Academic)·전문계 보통(Normal Technical) 과정 등으로 나뉜다.
니키는 "수업 시간에 한 단원을 다 배우고 나면 보통 쪽지 시험을 치고 점수를 매긴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도 재밌고 선생님도 좋지만, 시험은 많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학생이나 학부모가 느끼는 학업 부담도 상당히 큰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15년 회원국을 포함해 총 72개국의 만 15세 학생 약 54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2015' 결과를 보면 싱가포르의 학생들은 읽기·수학·과학 분야에서 모두 1위 성적을 거뒀지만, 학업과 관련한 걱정, 불안감을 평가한 수치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았다.



니키의 엄마(45)는 "초등학교 때 보통 2과목 정도 개인 교습을 한다. 아직 3학년이지만 PSLE 부담이 만만치 않아 국제학교 전학이나 유학까지 고려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공식 자료는 아니지만, 학교별 순위를 매기는 '랭킹'(서열)도 존재한다고 한다.
중학교 입학생의 PSLE 점수를 바탕으로 컷오프(합격 기준 점수)와 최고 점수를 비교해 1위 학교부터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이다.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남매를 키우는 학부모 A(44)씨는 "싱가포르에는 흔히 '톱'(Top)으로 분류되는 학교가 있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면 PSLE부터 잘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개인 교습이나 보습학원 등 사교육이 성행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교습비가 시간당 최소 5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4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기자가 학군이 좋다고 알려진 일부 지역을 직접 살펴본 결과, 쇼핑센터 건물 한 곳에만 'Tuition'(개인 교습), 'Learning Centre'(학습 센터)라고 간판을 내세운 학원이 20곳 가까이 있기도 했다.
중학교 자매를 키운다는 학부모 B(47)씨는 "보통 PSLE 등 주요한 시험을 앞두고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단련돼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시험 스트레스를 꽤 느끼는 편"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