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에 글로벌 철강 제품 유럽으로 대거 몰려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자 글로벌 철강제품들이 유럽으로 대거 몰리면서 유럽의 철강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폭탄이 '승자'와 '패자'를 낳았다고 보도하면서 유럽으로 철강제품을 대거 수출한 터키와 러시아, 베트남 등을 승자로, 유럽을 패자로 꼽았다.
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철강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 이상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유럽 국가들의 철강 수입은 기록적인 수준인 10%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철강 수출국들이 높은 관세 벽을 세운 미국을 피해 유럽지역을 공략한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터키는 유럽연합(EU)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더 많은 철강을 수출, EU에 대한 최대 철강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터키 리라화의 통화가치는 올해 28%나 하락해 가격 경쟁력에서 날개를 달았다.
같은 기간 러시아는 EU에 대한 철강 수출을 약 40%, 베트남은 144%나 늘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기 직전인 지난 2월 중순 이후 유럽의 주요 벤치마크 철강의 가격은 11.5%나 하락했다.
반면 미국의 주요 벤치마크 철강의 가격은 같은 기간 4.2%, 주요 구매자들이 철강에 관세를 예측하기 시작한 연초 이후부터는 21% 이상이 올랐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EU의 역내 철강 생산은 0.4% 감소했고, 미국은 5% 이상 증가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철강생산은 4.7% 증가했다.
영국의 '오리지널 스틸 서비스'는 최근 몇 년간 특정 고객사에 한 해 3천~4천t의 철강을 공급했으나 외국산 값싼 철강제품에 밀려 올해는 공급 물량이 약 400t 수준에 미치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에 EU는 지난 7월 임시 조치로 수입 쿼터를 설정했으나 역내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 EU는 내년 초 쿼터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조치를 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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