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워도 흐뭇한 '남자친구' 2회만에 10% 돌파

입력 2018-11-30 08:30  

간지러워도 흐뭇한 '남자친구' 2회만에 10% 돌파
매력부자 송혜교-박보검의 영리한 복식호흡…고전적 남녀구도 전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심장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꼭 몰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송혜교(36)와 박보검(25)의 만남으로 시작부터 화제를 모은 tvN 수목극 '남자친구'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겼다.
3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 방송한 '남자친구' 첫 회 시청률은 10.3%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 채널에서 1위를 차지했다.


◇ 예쁜이 송혜교와 청포도 박보검, 주거니 받거니 매력 과시
송혜교와 박보검의 외모는 이미 만인이 아는 사실이지만 11살 차의 두 사람이 한 화면 안에 들어간다면 과연 어떨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배우들의 미모는 로맨스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남녀 간 호흡, 시쳇말로 '케미'(케미스트리)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지난 1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깨지는 못했다.
입고 바르는 족족 광고 화보로 만드는 송혜교가 첫 회를 세게 이끄는 동안 박보검은 순수함을 '조금' 보여주다 끝난 탓이다. 일상이 아닌 낭만의 공간, 쿠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두 사람의 외모와 캐릭터 간 관계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탓도 있었다.
그러나 2회에 접어들자마자 이러한 기우를 깼다.
일단 동화호텔로 극 배경이 이동하면서 하늘에 뜬 구름처럼 느껴졌던 우연이 인연으로 발전했다. 또 현실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대표 차수현(송혜교 분)과 신입사원 김진혁(박보검)으로 만난 두 사람 관계에 아슬아슬함이 더해지며 극 긴장감이 살았다.
아울러 1회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던 박보검이 '청포도 매력'을 발산했다.
전날 하이라이트는 술주정이었다. 귀여운 왕자병과 엉뚱한 행동을 동반한 진혁의 주사는 한참 과장됐음에도 박보검이 연기한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 평소 지닌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가 만화 같은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송혜교는 전날만큼은 나서기보다 박보검이 마음껏 연기하도록 받아주는 여유를 보였다.
'남자친구'는 이렇듯 두 사람이 함께 극을 끌기보다 주고받고, 밀고 당기고, 치고 빠지는 완급 조절을 하면서 나이 차나 사적인 관계는 흐리고 자연스러움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 백마 탄 여주인공과 캔디형 남주인공이 만나다
'남자친구'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남녀 관계 전복이다.
사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진혁을 그동안 많은 로맨스코미디 드라마에서 본 캔디형 여주인공에 대입하면 거의 9할은 맞아떨어진다.
넉넉하진 않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꼬임 없이 자란 진혁은 순수하지만 멍청하지 않고, 자유롭고 대담하지만 무례하지 않다. 또 마냥 소년 같다가도 이성과의 스킨십 등에 '멈칫' 할 줄 안다. 캔디의 매력에 남성적인 본능을 더해놓은 캐릭터다. 수현이 나이나 직급으로나 한참 아래인 진혁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대로 송혜교가 연기하는 수현은 기존 드라마 속 남주인공 역할을 한다.
(이혼 후 받은 것이긴 하지만) 특급 호텔 오너로, 그저 허울만 갖춘 게 아니라 일 처리도 똑 부러지는 그는 말 그대로 '백마 탄 여왕님'이다. 잘생기고 돈 많고 똑똑하지만 마음속 상처는 간직한 왕자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갔다. 물론 여성 캐릭터인 만큼 섬세함은 조금 더했다.
이러한 남녀구도의 전복은 최근 달라진 사회상과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이 드라마 주요 타깃인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여성 욕구에 정확히 부응했다.
최근 호평 속에 종영한 '뷰티 인사이드' 속 강사라(이다희)-류은호(안재현) 관계도 그와 비슷하다.
'남자친구'도 내용이나 분위기만 놓고 보면 20대 초반 정도까지 설득할 듯하지만, 구도의 전복이 직장 여성 혹은 워킹맘의 눈을 잡아끌면서 타깃이 확장된 셈이다.
이처럼 '한장 뒤집기'로 새로움을 만들어낸 이 드라마가 앞으로 남녀만 뒤바뀐 채 익숙한 기존 로코 공식을 계속 따를지, 아니면 제3의 타입을 만들어 낼 것인지 주목된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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