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이탈리아 검찰은 2년 전 노동운동을 연구하던 자국 청년이 이집트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 이집트 정보기관 요원을 용의자로 공개 지목했다.
2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카이로에서 이집트 당국과 협의를 가진 후 이집트 정보요원 2명을 사건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탈리아 검찰이 사건 용의자로 이집트 측 요원을 공개 지목한 것은 사건 발생 후 처음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세의 이탈리아 청년 줄리오 레제니는 2016년 1월 25일 카이로에서 실종됐으며 2월 4일 카이로 교외 사막지대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의 시신은 심하게 고문당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이탈리아 측은 이집트 정보기관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고 이집트 측과 공조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집트 측의 수사 협조가 지지부진하면서 이탈리아 검찰은 독자적으로 이집트 정보기관 요원들을 고문 및 살해용의자로 지목하기로 결정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특히 최근 이탈리아 검찰 간부가 이집트를 방문했으나 수사가 좀처럼 진척하지 못하고 있는데 실망, 귀국 후 예비 용의자 리스트에 이집트 정보요원들의 이름을 추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와 이집트는 이집트가 사건 초기 자국 정보기관의 개입을 강력히 부인, 이탈리아 측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관계가 악화했으며 이탈리아는 2016년 4월 카이로 주재 자국 대사를 전격 소환했다.
이후 이집트 당국이 사건 관련 문서를 건네주는 등 협조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난해 8월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카이로에 복귀했다.
올 초 이탈리아 주세페 피냐토네 검사는 레제니가 이집트 노조에 대한 자신의 연구 활동 때문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검찰이 공개한 살해용의자는 이집트 국가보안청 소속 마그디 압델 알과 오스만 헬미 등 2명으로 이들은 길거리 행상을 고용해 레제니를 감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고용된 이집트 행상조합 간부 모하메드 압둘라는 비밀리에 레제니의 행적을 촬영했고 이 영상은 이집트 TV를 통해 방영됐다.
압델 알은 또 레제니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이집트 자유인권위원회(ECRF) 간부 모하메드 압둘라를 정부 전복 및 선동 죄목으로 체포해 수감 중이다.
레제니 가족은 29일 성명을 통해 검찰이 레제니 살해용의자를 파악하기 위해 벌인 노력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집트 압델 파타 알-시 시 대통령은 살해자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표명해오고 있으나 이집트 관리들은 사건에 침묵으로 일관, 이집트 정부의 사건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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