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달러대 폭락에 중소 마이너 '전기료 등 채굴원가' 못맞춰
규모 큰 마이너 손익분기점도 4천달러대, 현금화 서두르는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자 중소 채굴업자(마이너)의 퇴출이 잇따르고 있다. 채굴업자 감소는 가상화폐 시장 축소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1월은 가상화폐 시장 관계자들에게 '악몽의 달'이었다. 10월부터 6천달러를 웃도는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시세는 11월 중순 갑자기 급락, 25일에는 3천40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이는 작년 9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하락폭이 50%에 달해 작년 가을 가상통화붐이 가속화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시세폭락으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된 채굴업자들의 사업포기가 속출, 가상화폐 시장 축소가 가속화하고 있다.
채굴업자에는 중국계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 사정에 밝은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의 야사쿠 다이스케(矢作大祐) 연구원은 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금융정보 서비스인 NQN에 "채굴설비 등에 별로 돈을 들이지 않은 소규모 채굴업자들이 시세폭락으로 전기요금 등의 원가부담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되자 사업을 포기하고 설비를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야사쿠 연구원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소규모 마이너의 손익분기점은 1비트코인 5천~6천달러선이다. 현재 시황은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4천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시세급락에 학을 뗀 마이너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채굴기자재와 소유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무역마찰도 시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야사쿠 연구원은 "가상통화 시장 관계자 사이에서도 현금화를 서두르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천달러대인 비트코인 시세는 규모 큰 마이너들에게도 간신히 손익을 맞추는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규모 마이너의 사업 철수는 한숨 돌린 분위기지만 시세가 회복되지 않으면 규모 큰 마이너들도 사업 축소나 퇴출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마이너 감소는 가상화폐의 신용력 저하로 이어져 투자가의 발길을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조사회사인 펀드스트랫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얼마나 채굴됐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해시파워(연산능력)는 9월부터 11웜말에 걸쳐 35% 낮아졌다. 이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트메인사의 채굴장치 'S9' 140만대가 정지한 것에 필적한다. 비트코인 캐시(BCH) 분열소동에 가담한 마이너가 해시파워를 비트코인에서 BCH 분열통화(비트코인ABC나 SV)로 돌리는 바람에 힘이 빠진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 비트코인 채굴로 복귀하고 싶어도 복귀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BCH 분열소동을 초래한 가상통화 특유의 '관리자 부재'시스템은 리플(XRP) 등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가상화폐에 공통적이다. 혹시 앞으로 주요 가상화폐에 분열문제가 나타나면 마이너와 투자가 양쪽이 모두 혼란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NQN은 작년의 가상통화 붐을 견인했던 일본의 개인투자가들도 "이대로 가면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구입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비트코인 등의 가상통화는 현재 심각한 구매자 부족상태라고 진단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