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작년 구매…"우리말 연구 디딤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려가 11세기 초반 처음 목판을 만들어 찍은 대장경인 초조대장경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권66에 남은 구결(口訣·한문을 읽기 위해 구절마다 표기한 토)을 해독한 연구서가 발간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 2월 국내 경매를 통해 사들인 유가사지론 권66에 대한 구결 연구 성과를 모은 '각필구결 초조대장경 유가사지론 권66'을 펴냈다고 1일 밝혔다.
유가사지론 권66에는 불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붓 대신 상아나 나무로 만든 뾰족한 도구로 점을 찍거나 선을 그은 구결이 많다.
연구에는 권인한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김성주 동국대 교수, 문현수 고려대 강사, 안대현 한국기술교육대 강사, 이용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장경준 고려대 교수, 정내원 국립한글박물관 연구원, 황선엽 서울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워크숍과 연구 모임을 거쳐 판독안을 작성했고, 원본·구결을 표시한 이점본(移點本)·글자를 키운 확대본 등 세 가지 이미지를 실었다.
정내원 연구원은 "구결은 우리말 조사나 어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면 한문을 한국어로 풀어 읽을 수 있다"며 "고려시대 언어 사용 양상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단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적의 서지학 특징을 분석한 안대현 강사는 "초조대장경은 일본에 2천여 권이 전하고, 국내에는 300여 권만 있다"며 "그중 유가사지론은 100권 중 20권 24책이 발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조대장경은 권수와 경판 매수가 많아 천자문의 천(天)에서 초(楚)까지 570개 한자에 따라 이름을 붙인 함을 만들어 보관했는데, 적함(積函)에 속하는 책으로는 처음 소개된다"고 강조했다.
장경준 교수는 "권66은 기존에 연구한 권3, 권5, 권8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독특한 점도 있다"며 "느낌표 형태를 사용한 반면, 삐침선 형태는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물관은 연구서를 대학 도서관에 배포하고, 누리집(www.hangeul.go.kr)에도 올릴 방침이다.
박영국 관장은 "이 책이 고대 우리말 연구의 디딤돌이 되고, 문자 발달사와 불교학 연구에도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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