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고교생, 마케도니아 국호변경 항의시위…"극우 영향"

입력 2018-11-30 20:38  

그리스 고교생, 마케도니아 국호변경 항의시위…"극우 영향"
테살로니키 고등학교 3분의 1 휴교…아테네에선 좌파주도 맞불 집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케도니아가 국호를 둘러싼 그리스와의 약 30년에 걸친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고교생들이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변경 합의안에 맞서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그리스 제2 도시인 북부 테살로니키의 고교생 약 1천200명은 29일(현지시간) 교실 밖으로 뛰쳐나와 국호 변경을 둘러싼 그리스 정부와 마케도니아 정부의 합의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스 국기를 두른 채 말에 올라탄 주동자가 이끈 이날 시위에서 학생들은 마케도니아뿐 아니라 이웃 알바니아, 터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합의안에 반대 여론이 가장 강한 지역인 테살로니키 일대에서는 며칠째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며 전체 고교의 3분의 1가량은 휴교했다고 현지 교육 당국자가 전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이날 시위는 종료 무렵에 수백 명의 학생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경찰에 이에 최루탄으로 대응하며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모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북마케도니아'로 국명을 바꾸는 대신,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반대하지 않기로 지난 6월 합의한 바 있다.
알렉산더 대왕을 향한 국가적 자긍심이 큰 그리스는 이웃 나라의 국호가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마케도니아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양국 관계가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그리스 마케도니아 주의 주도인 테살로니키를 중심으로 한 상당수 그리스인들은 이웃 나라의 새로운 이름에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며 합의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교생들까지 조직적인 시위에 나서자 극우 세력과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영향력이 고등학생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스타스 가브로글루 그리스 교육장관은 "나치의 영향을 받은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이 민족주의라는 독소를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주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성향의 황금새벽당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으로 긴축 정책을 펼친 여파로 국민 삶이 피폐해지자 세력을 부쩍 확장하면서 현재 그리스 의회의 제4당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이날 아테네에서는 테살로니키의 시위에 반발한 좌파 성향의 고교생 약 400여 명이 맞불 시위를 펼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변경 합의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현재 마케도니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호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 작업을 완료되면, 공은 그리스 쪽으로 넘어가 그리스 의회가 내년 초반께 마케도니아와의 합의를 받아들일지를 표결에 부치게 된다.
하지만, 그리스에도 마케도니아와의 합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급진좌파 연합과 제휴해 정부를 구성한 우파 그리스독립당의 당수인 파노스 카네노스 그리스 국방부 장관은 마케도니아와의 국명 변경 합의안은 그리스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표결이 강행되면 연정을 파기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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