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물결·전곡 떼창…god "팬과 보낸 20년 '그레이티스트'"

입력 2018-12-01 00:34   수정 2018-12-01 02:24

하늘색 물결·전곡 떼창…god "팬과 보낸 20년 '그레이티스트'"
내년 1월 데뷔 20주년 앞두고 기념 콘서트…"20년 더 사랑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하늘색 풍선을 세차게 흔들던 10대는 어느덧 하늘색 풍선 모양 야광봉('하풍봉')을 손에 든 30대가 됐다.
야광봉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기념사진을 찍던 여성 팬 강모(36) 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서 좋아하게 됐다"며 "시험 기간이어도 지오디(god) 노래를 달고 살았다. 20주년 공연 피케팅에 성공하고서 스스로 대견했다"고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시늉을 했다.
내년 1월 13일 데뷔 20주년 기념일을 앞둔 5인조 그룹 지오디(god)가 30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주년 콘서트 '그레이티스트'(Greatest)를 열었다. 체조경기장 공연은 2015년 이후 3년 만이고, 서울 공연은 2년만. 12월 2일까지 3일간 열리는 공연 티켓 3만석은 10분 만에 매진됐다.
이날 무대는 함께 보낸 시간만큼 가수의 내공도, 팬의 공력도 한껏 무르익은 듯했다. 멤버들은 무대에서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고 팬들은 노래마다 코러스, 애드리브까지 완벽하게 합을 이루며 전곡을 '떼창' 퍼레이드로 완성했다. 멤버들이 때론 감격에 젖어 자신의 소절을 부르지 못하면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파트를 채웠다. 대부분의 노래 가사가 LED 화면에 떴고, 팬들은 메인 보컬 김태우의 '풍성한 고음', 윤계상의 '하이톤 랩', 박준형의 '베이스 랩'을 놓치지 않고 따라 했다. 멤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였다.


인상적인 장면은 멤버들이 공연장 천장에 매달린 무대에 올라 빅히트곡 '거짓말'을 부를 때. '난 니가 싫어 졌어 우리 이만 헤어져'란 첫 소절부터 팬들은 '지오디'를 연호했다. 멤버들 파트마다 '천의 얼굴 윤계상', '절대조각 안데니', '천사미소 손호영'이란 추임새도 예전 그대로 터져 나왔다. 18년 전 배우 전지현이 녹음한 '싫어, 싫어'란 내레이션도 역시 팬들 차지였다. 멤버들은 기립해 뜨겁게 호응하는 객석을 내려다보며 하트를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20년간 웃음을 맡고 있는' 손호영의 반달 눈 미소가 유독 환하게 띄었다.
1999년 데뷔한 지오디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을 받아 '국민 그룹'으로 불렸다. '길', '보통날', '프라이데이 나이트',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촛불 하나', '하늘색 풍선', '어머님께' 등 히트곡이 숱했다.
데니안은 "오늘 부를 노래 중 3곡 빼고 다 1위 한 곡들"이라고, 손호영은 "콘서트서 부르는 곡이 다 타이틀곡"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손호영이 총 연출을 맡은 이날 오프닝 무대 아이디어는 윤계상이 냈다. 멤버들은 길을 걷는 영상을 배경으로 바닥에 설치된 레일을 걸으며 첫곡 '길'로 포문을 열었다. 윤계상은 "호영이랑 안무실에서 연습하다가 우리가 각자 길을 걷다가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손호영은 '그레이티스트'란 타이틀에 대해 "우리가 '그레이티스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그레이티스트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오디도 멤버들이 한동안 떨어져 있던 9년의 공백이 있었다. 이들은 윤계상이 2004년 팀에서 탈퇴하자 2005년 4인 체제로 7집 활동을 한 뒤 해체선언 없이 개별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데뷔 15주년을 맞은 2014년 완전체로 재결합했다.
공연 중간 윤계상은 홀로 무대에 남아 "저는 지오디를 정말 좋아한다. 지오디 모든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며 "저 때문에 무대에서 못 하는 노래가 생겨 미안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 소중한 노래를 이 무대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네 멤버가 윤계상이 탈퇴한 뒤 낸 7집의 '2♡'를 선사했고, 다시 윤계상이 함께하며 재결합 뒤 낸 8집의 '미운 오리 새끼'를 불렀다. 넷에서 다시 다섯이 되는 변천사를 보여준 무대로, 김태우는 "전주만 들어도 뭉클하다"고 했다. 팬들은 이 노래를 목청껏 합창했다.
멤버들은 20년을 돌아보며 '그레이티스한 순간'도 꼽았다. 김태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꿈을 실현해준 지오디의 첫 방송인 '한밤의 TV 연예' 출연을 꼽았다. 손호영은 김태우의 합류로 다섯명이 처음 모인 날인 1998년 7월 21일을, 윤계상은 2014년 재결합 콘서트를 짚었다. 박준형은 데뷔 전 주머니에 돈 1만원여 원밖에 없던 때, 동생들을 데리고 강남역 대형 레코드점에 가 3시간 내내 음악을 듣던 추억을 떠올렸다.


어느덧 팀의 막내 김태우가 30대 후반. 50대에 들어선 맏형 박준형은 "난 (가사를) 많이 틀렸지. 원래 늙으면 뇌세포가 쪼그라들어"라고 특유의 말투로 엄살을 부려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 말미에도 멤버들은 시간의 흐름을 짚으며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고백했다.
데니안은 "제가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하나"라며 "이렇게 20주년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일산 숙소에서 고생할 때 꿈도 못 꿨다.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20주년이니까 말하겠다. 여러분 정말 제 온몸을 다 바쳐 사랑한다"고 말했다.
손호영도 "오프닝곡을 '길'로 시작했다. 저희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숨이 닿는 한 여러분과 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윤계상은 "앞으로 20년 더 사랑해달라"라고 했다.
박준형은 "30살 때도, 40살 때도, 45살 때도 그랬고,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50살이 돼서 또 말하는데 동생들이 내 나이가 돼서 뛸 수 있으면 난 계속할 것이다. 지오디가 됐기에 배우 계상이도, (자신의 별명인) '와썹맨'도 있다. 여러분은 내 자존심이자, 힘이자,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팬송인 '하늘색 풍선'과 최근 낸 신곡 '눈이 내린다' 등 앙코르곡들을 내달렸다.
'파란하늘 하늘색 풍선은 우리 맘속에 영원할꺼야/ 너희들의 그 예쁜 마음을 우리가 항상 지켜줄꺼야'('하늘색 풍선' 중)
중앙 시스템으로 원격 조정된 야광봉이 빨간색, 주황색, 보라색, 초록색으로 시시각각 변했지만, 역시 이들의 상징색인 '하늘색' 물결이 장관이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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