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청년취업간담회 개최…언어가 가장 큰 애로
한인업소서 최저임금 못받는 경우 많자 학생들이 노동매뉴얼 만들어
"독어 못해도 강점 부각하면 기회있어"…獨 정부, 곧 취업기회 확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우리나라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강모(26) 씨는 취업을 위해 독일로 왔다.
현지의 한국 기업에 취업했을 때만 해도 순탄해 보였다. 그러나 10개월 정도 만에 회사에서 나오게 됐다. 독일어 능력이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족한 탓이었다.
강 씨는 별다른 대안이 없이 일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장을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과 K-무브 센터가 공동 개최한 청년 해외 취업 간담회에서 나온 한 청년의 이야기다.
청년 구직자 10여 명이 구직의 애로점을 이야기하고 현지에 지사를 둔 한국기업관계자들이 멘토링을 하는 자리였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취업을 위해 한국 청년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국가로 꼽힌다.
유럽의 최대 경제 대국으로 질 좋은 일자리는 많지만, 숙련된 노동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일고용시장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부족한 일자리 수는 약 120만 개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부족한 일자리 수가 14만 개나 늘어난 것이다.
이런 탓에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 독일 내 외국인 취업자는 347만 명에 달했고, 전년 대비 10.7%나 증가했다.
물론 독일에서 취업한 한국인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인 총취업자 수는 2015년 3천740여 명, 2016년 4천290여 명, 지난해 6월 기준으로 4천880여 명에 달했다.
한국과 독일의 워킹홀리데이 비자협정으로 2009년부터 독일 땅을 밟는 청년들이 급격히 늘었다. 워킹홀리데이로 독일로 오는 청년들의 수는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에 이어 많다.
한국인 취업자들은 주로 무역·상업·서비스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IT·과학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에서 한국인이 블루카드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이기도 하다. 블루카드는 EU가 전문인력을 상대로 내주는 취업비자다. 최소 연봉 4만9천600 유로 이상을 받는 대졸 학력자를 대상으로 발급한다.
2016년 EU 전체에서 한국인 262명이 블루카드를 받았다. 이 가운데 독일에서 받은 이들이 219명에 달했다.
독일 대연정이 조만간 숙련 노동력에 대한 취업 이민 규정을 완화할 계획이어서 독일 취업의 문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취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강 씨처럼 독일어 능력이 가장 큰 취업의 장애물이다. 간담회에서도 대부분의 구직자가 언어에 대한 애로를 토로했다.
언어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한식당 등 한인업소로 많이 몰린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한식당에서 일하려는 이들이 많다 보니 약자의 처지에 몰리기 십상이다.
이런 탓에 한식당에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독일 라이프치히할레한인학생회와 유학생 커뮤니티인 '과방'이 한인업소 종사자 7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만이 최저임금을 받았다. 노동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도 37%에 불과했다.
이에 학생들이 직접 노동 관련 규정을 뒤져 '노동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독일어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독일에 온 지 13년이 됐지만, 독일어를 잘 못 한다"면서 "본인의 강점을 잘 살려 세일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익현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부관장은 전화통화에서 "현지 물류 기업의 경우 독일 외 국가와 거래를 많이 하기 때문에 독일어보다 영어가 더 유용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창록 총영사는 간담회에서 "독일이 통일 이후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독일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취업 과정에서의 고충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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