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금지기구, 북한 남수단 등 4개국 CWC 가입 지속 촉구"
한국, 20년 만에 두 번째 의장 맡아 서방·러시아 간 입장차 조율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화학무기의 생산과 비축, 사용을 금지하는 군축협약으로, 지난 1997년 4월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제23차 당사국 총회가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선 이윤영 주(駐)네덜란드대사가 한국 대표로는 199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의장으로 선출돼 회의를 주재했다.
특히 회원국 간 첨예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최종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원만하게 채택함으로써 한국 외교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사는 1일 연합뉴스와 서면 및 전화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아직 화학무기 피해사례가 없어 그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예멘과 시리아 내전,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기도사건 등은 화학무기의 참상이 현재형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사는 CWC 이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CWC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비롯해 남수단, 이집트, 이스라엘 등 4개국의 가입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가 CWC 가입을 통해 보유한 화학무기를 신고하고 이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안보 진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사와 나눈 일문일답.
--CWC(화학무기금지협약)는 무엇인가.
▲CWC는 화학무기의 생산, 비축, 사용을 금지하는 군축협약으로, 지난 1997년 4월 발효했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북한, 남수단, 이집트, 이스라엘 등 4개 나라를 제외한 193개국이 가입해 있다.
--CWC와 관련해 한국의 위상은.
▲우리나라는 CWC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집행이사회 이사국(41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대표가 CWC 당사국 총회의 의장에 선출된 것은 지난 199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임기는 내년 총회까지 1년이다.
--OPCW(화학무기감시기구)는 어떤 단체인가.
▲OPCW는 회원국의 CWC 이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 '화학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신고된 화학무기의 96% 이상을 폐기함으로써 가장 성공적인 군축협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올해 CWC 당사국 총회는 어느 때보다 논란이 컸다고 하는데.
▲지난 6월 제4차 CWC 특별 당사국 총회에서 OPCW 사무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책임자를 규명하도록 하는 결정이 논란 끝에 투표로 채택된 바 있다.
OPCW가 CWC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책임자를 규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OPCW에 책임자 규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의 권능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 논란이 됐다.
이 논란이 이번 총회에서 내년도 OPCW 예산안 논쟁으로 이어졌다.
OPCW 사무국은 지난 6월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증액을 요청했는데, 러시아와 중국 등 앞서 6월 결정에 반대한 국가들은 예산증액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7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6월 결정이 반영된 예산안이 채택됐다.
--의장으로서 회의 진행이 쉽지 않았을 텐데.
▲서방과 러시아 간 입장차로 조율이 쉽지 않았다. 또 표결은 의장이 회원국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부르면 회원국 대표가 자국의 입장을 밝히는 호명투표(Roll Call Vote)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7번 표결하면서 이번 총회에 참석한 160여 개국의 이름을 7번이나 불러야 했다.
-의장으로서 보람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7번 투표를 하는 등 격렬한 논쟁이 있었지만, 총회 결산 최종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해 막판에 총회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었다. 총회 결산 최종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로,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아 기뻤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 독살사건과 관련해 OPCW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는데.
▲2017년 2월 사건 발생 이후 OPCW 사무총장은 서한을 통해 말레이시아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그해 3월 9일 OPCW 집행이사회는 OPCW 사무총장에게 말레이시아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결정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진전된 사항을 OPCW 집행이사회에 보고해 오고 있다.
-- OPCW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 OPCW는 CWC에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는 북한, 남수단, 이집트, 이스라엘 등 4개 국가에 대해 가입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 만약 이들 국가가 CWC 가입을 통해 보유한 화학무기를 신고하고 이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안보 진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대량파괴무기(WMD) 분야 폐기 노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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