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내부보고서…작년 8월엔 "카슈끄지 유인해 마무리" 언급도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과 관련, 당시 '암살팀'에게 최소 11차례 메시지를 보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미 중앙정보국(CIA) 내부문건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팀'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최측근 사우드 알 카타니에게 보낸 메시지들로, 피살 사건 전후로 몇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CIA는 분석했다.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CIA는 덧붙였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8월엔 "그(카슈끄지)를 해외로 유인해 마무리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직접 발언인지, 아니면 제삼자가 무함마드 왕세자의 발언을 전달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카슈끄지에 대한 작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CIA는 평가했다.
CIA는 보고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개인적으로 겨냥했고, 아마도 그의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큰 편"이라면서도 왕세자의 지시 여부를 직접적으로 증명할 정보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WSJ의 이런 보도는 큰 틀에서는 기존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CIA가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는 양쪽 면을 다 언급했다. 그(왕세자)가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명령한 것으로 연관 짓는 직접적인 보고서는 없었다"라고 말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무함마드 왕세자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상황에서 '카슈끄지 사건'과의 연관성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번 G20 행사에서 주요 정상들과 친분을 과시하려고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각별히 환대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겠다고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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