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대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배영수(37)가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왔다.
"더 올라갈 곳도 없잖아요"라고 유쾌하게 웃은 배영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겠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와 작별한 배영수는 두산에 둥지를 틀었다.
두산은 11월 30일 "배영수와 연봉 1억원에 계약했다"고 전하며 "현역 최다승 투수인 배영수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풍부한 경험, 다양한 구종 등 장점이 많아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쓰임새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배영수는 이후 연합뉴스 통화에서 "한화를 떠나기로 한 뒤에도 마음 졸이지 않았다. 다른 구단의 연락만 기다렸다"며 "두산에 정말 감사하다. 좋은 투구와 성실한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연봉 5억원을 받았던 배영수는 4억원이나 삭감한 금액을 달갑게 받아들였다. 보직을 정하지 않은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배영수는 "다시 경쟁할 기회, 던질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쁘다.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은퇴식을 제안해 준 한화에 고맙다"는 '작별 인사'도 했다. 그런 그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한화는 8월 말 배영수에게 은퇴를 권유하며 "은퇴식을 열자"고 제안했다. 배영수는 마운드에 서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결국, 배영수는 한화를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마운드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배영수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투수다.
두산은 배영수의 경쟁력,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성품 등을 두루 살폈고 영입 제안을 했다.
배영수는 "두산에는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배영수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투수다. 현역 최다승(137승) 투수이기도 하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배영수는 이듬해(2001년)부터 삼성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4년 17승으로 다승 선두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는 등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2007년 1월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을 통째로 쉬었고 이후 구속 저하에 시달렸다.
배영수는 구속을 올리려고 힘썼고, 동시에 구종을 다양화하며 무기를 늘렸다.
2014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배영수는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에서 124승(98패 3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21)을 올린 배영수는 한화에서는 4년 동안 13승(2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07)에 그쳤다.
2017년에는 팀 내 최다인 128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올해는 6월 5일 LG 트윈스전 이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해 55⅔이닝만 소화했다.
배영수는 "한화에서는 보여드린 게 없다. 팬들과 구단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전에 등판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훈련했다. 몸 상태도 좋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우승'을 목표로 하는 강팀이다. 두산 선수가 된 배영수도 '우승'을 목표로 정했다.
배영수는 "삼성에서 우승을 경험(2005, 2006, 2011, 2012, 2013, 2014년)할 때 정말 행복했다. 두산에서도 그 기분은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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