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길어져"…공동발표나 회견 안 하고 각자 결과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의 '무역 담판'이 양측간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1일(현지시간) 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의 여파가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앞두고 타협을 한 것이다.
앞으로 90일 동안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양국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 등을 협상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에서 오·남용 문제가 제기된 합성 진통·마취제인 펜타닐의 공급원으로 지목된 중국이 이 약물을 규제하고, 중국이 미 반도체업체 퀄컴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던 조치를 재검토키로 하는 등 양국은 일정 부분 주고받는 제스처를 취했다.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 파크 하야트 호텔에서 업무 만찬 형태로 이뤄졌다.
회담은 당초 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다가 1시간 앞당겨졌으나 실제로는 오후 5시 47분께 시작됐다.
백악관은 회담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고 당초 예정보다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 논의에 앞서 "시 주석과 멋진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것이 중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을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분위기를 띄웠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우정을 거론하며 "우리 사이의 협력만이 평화와 번영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전날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언급하면서 "매우 슬프다"고 애도의 뜻도 표했다.
외신과 백악관 취재단에 따르면 회담장에는 긴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였고 양 정상은 마주 보며 테이블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배석자들은 양쪽 옆으로 앉았다.
미국 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각각 대통령 오른쪽과 왼쪽에 앉았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배석했다. 뒤쪽 좌석에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앉았다.
중국 측에서는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류허(劉鶴) 부총리,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鐘山) 상무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배석자로 나왔다.
미중의 경제와 외교·안보 사령탑이 총출동한 셈이다.
만찬 코스 요리로는 현지 고급 와인과 스테이크 메뉴가 제공됐다.
바질(허브) 마요네즈 드레싱을 곁들인 계절 야채 샐러드에 아르헨티나 고급 와인에 이어 주요리로 붉은 양파를 곁들인 스테이크가 마련됐고 후식으로는 캐러멜 롤 팬케이크, 크리스피 초콜릿, 와인이 나왔다.
양국 정상은 만찬이 끝난 후 현장에서 공동발표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문답 없이 호텔을 떠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향했고, 시 주석도 별도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
이로 인해 세기의 무역 담판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음에도 그 결과는 언론에 바로 공개되지 않다가 이후 양국이 성명이나 관계자 발언 등 형태로 결과물을 설명하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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