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 대응 온건론 폈지만 '합병=합법' 그릇된 인식 드러내기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한명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이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이 한국을 합병한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달 30일 도쿄(東京) 와세다(早稻田)대에서 한 강연에서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독립국이었던 한국을 합병하고 성씨를 바꾸는 일(창씨개명)이 행해졌다"며 "그러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가 문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때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를 인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온건론을 편 것이지만, 이시바 전 간사장은 한일합병을 '합법'이라고 표현하며 일본 정치인의 그릇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그는 와세다대 강연에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틀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항하며 '반(反)아베' 기치를 올렸던 인물이다.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에 쓴소리를 하는 몇 안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개헌과 관련해 헌법 9조 2항을 바로 삭제해 자위대를 보통 군대로 두자는 더 극우에 가까운 주장을 하기도 했다.
총재 선거에서는 지방의원표의 45%를 확보하며 선전했지만 국회의원표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아베 총리에게 패배했다. 여전히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9월 총재선거에서 의원 표 확보 경쟁에서 밀린 이유에 대해 "얼마만큼 국가를 이야기하고 인생관을 공유할 수 있는지, 이런 노력이 아직 부족했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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