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별세에 정쟁 멈춘 미국…"겸손과 품위의 지도자 잃었다"

입력 2018-12-02 16:31   수정 2018-12-02 17:10

부시 별세에 정쟁 멈춘 미국…"겸손과 품위의 지도자 잃었다"
'초당파적' 애도 물결…트럼프도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인생" 정중한 추모
오바마·클린턴·지미 카터 등 美민주당 인사들도 추모 행렬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하루 뒤인 1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말을 맞아 부시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텍사스주를 비롯한 미 전역은 곳곳에 조기가 게양되는 등 엄숙한 추모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도 부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이 날아들면서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 정상들과 미 정치인들은 정파를 초월해 "보기 드문 겸손과 품위를 갖춘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며 한목소리로 고인을 기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극단적인 대립과 정쟁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미국 사회는 모처럼 한뜻으로 위대한 정치인의 타계를 애도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 트럼프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했다…엄청난 사람"
30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에 머물던 중 부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곧바로 애도 성명을 올려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냉전을 평화로 끝냈다"고 추모했다.
그는 성명에서 "그의 본질적인 진정성과 상대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위트, 믿음·가족·나라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공헌은, 그의 말대로 미국의 위대함·희망·기회를 밝히는 1천개의 불빛처럼 동시대의 세대를 공공에 봉사하도록 일깨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뒤 다시 올린 트윗에서도 고인에 대한 정중한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인생을 이끌었다. 그와 있을 때마다 난 그에게서 인생에 대한 절대적인 기쁨과 가족에 대한 진정한 자부심을 볼 수 있었다"며 "그가 이룬 성취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했다. 그는 진정 놀라운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G20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부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는 엄청난(teriffic) 사람, 품격 높은 사람이었다. 충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AFP통신은 트럼프와 부시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반대의 기질을 지녔고, 부시 전 대통령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을 '허풍쟁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고인에게 매우 정중한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우 차원에서 당초 예정된 G20 기자회견도 취소했으며, 백악관을 비롯한 연방정부 건물과 군 기지, 해외 주재 외교공관 등에서 30일간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또 장례식이 열리는 오는 5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하고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별세한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여사 장례식과 지난 9월 공화당 거물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아 뒷말을 낳았었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겸손과 진실함, 애국심으로 국가를 섬겼고 세계를 더 평화롭고 번영하고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부시 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것을 거론하며 "그의 경험을 미국의 군통수권자로서 더 나은 세계 건설에 썼다"면서 "그의 모범은 우리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법을 오랫동안 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바마·클린턴 등 민주당 인사들도 애도 메시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라는 애국적이고 겸손한 종복(servant)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는 우리의 41대 대통령으로서뿐만 아니라 70년 넘게 사랑하는 나라에 헌신해왔다"며 "부시의 삶은 공공에 봉사함이 고귀하면서도 즐거움을 부르는 일이며 놀라운 여정임을 보여줬다"고 칭송했다.
1992년 대선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맞붙어 승리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와 쌓아온 우정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그의 타고난, 진심어린 품위에 의해, 그리고 부인 바버라와 가족에 대한 헌신에 의해 항상 감동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 정파를 초월한 우정을 과시해 미 정치사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는 평을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자인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누구도 이 편지보다 더 그가 누구였는지를 잘 드러낼 수 없다"며 "그는 미국과 우리의 헌법, 제도, 공동미래를 믿었던 존경스럽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미 하원 차기 의장 후보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그와 일한 것은 특권이었다"고 고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 고르바초프 "그는 냉전 종식의 진정한 파트너"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역사적인 미·소정상회담을 개최해 냉전 종식을 선언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1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의 가족과 모든 미국인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함께 일했다. 모두에게 큰 책임감을 요구한 드라마틱한 시기였다"며 "그 결과 냉전과 핵 경쟁이 끝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이런 역사적 성취에 대한 부시의 기여를 합당하게 평가하고 싶다. 그는 진정한 파트너였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유족인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조전에서 "고인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가운데 미국을 이끌면서 정치적 지혜와 혜안을 보였고, 몹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리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 각국 지도자, 애도 성명 줄이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추모 서한에서 "미국은 위대한 애국자이자 정치인을 잃었다"고 추모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통일에 기여한 부시 전 대통령의 노력을 상기시키며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부시 전 대통령은 위대한 정치인이었고 영국의 진정한 친구였다"며 "그는 냉전의 평화로운 종식을 유도해 세계를 미래의 세대에게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었다"고 추모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부시 전 대통령을 "영국의 위대한 친구이자 동맹"이라 칭하면서 "2차 대전과 공직에서 명예와 탁월함으로 봉사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부시 전 대통령과 임기가 겹쳤던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부시 전 대통령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임무를 잘 알고 그것을 존중했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성명에서 "베를린 장벽과 철의 장막 붕괴 이후 유럽을 더 안전하고 단합하게 했던 그의 역할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추모 서한에서 "이스라엘은 중동 평화를 이루기 위한 그의 노력을 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부시 전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함으로써 역사적이며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며 고인을 기렸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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