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소방서, 화재출동 가정 안타까운 사연에 주방 수리·생필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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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서울 송파소방서 소방관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안타까운 가정을 발견하고 겨울 한파 대비를 도운 사연이 알려져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3일 서울 송파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20분께 "주방 가스레인지 후드(공기배출장치)에 불꽃이 보인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송파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은 곧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불이 난 곳은 송파역 인근 작은 오피스텔의 한 가정집이었다.
다행히 불은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 주방 후드만 조금 태우고 자체 진화된 상태였다. 천장 배선과 연결된 후드 전기선에서 스파크가 인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불이었다.
소방관들은 화재 원인 조사를 하기 위해 두 자녀와 어머니 김모(56)씨에게 불이 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었다.
그런데 김씨는 소방관들과 대화하면서 중간중간 심한 기침을 계속했다.
소방관들이 김씨에게 건강상태를 물었고, 김씨는 2002년 뇌하수체에 물혹이 생기는 난치병 진단을 받은 뒤 뇌 수술을 했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2007년에는 남편까지 병으로 잃었다고도 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남편이 시동생의 보증을 섰던 것이 잘못돼 당시 집까지 처분해야 했고, 그렇게 해도 제2금융권 부채는 다 갚지 못했다.
남편과 사별할 때 유치원생이었던 딸과 아들은 어느덧 올해 고3·고2가 됐다. 딸은 이번에 수능 시험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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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아, 김씨는 지금도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난치병을 앓는 몸은 더욱 약해져 2015년에는 급성 폐렴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소방관들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지원 대상은 아니시냐"고 묻자, 김씨는 "집 팔아서 사채 갚은 게 증명이 제대로 안 된다며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고 답했다.
송파소방서 소방관들은 김씨가 기관지가 좋지 않은데 주방 후드 없는 상태로 요리를 하면 건강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아 얼음장 같은 방바닥과 그 위에서 손을 비비고 있던 두 아이도 눈에 밟혔다.
송파소방서 지휘3팀은 이튿날인 29일 아침, 이번엔 119 신고가 없었지만 김씨 집으로 다시 '출동' 했다.
소방관들은 김씨 집 주방 후드를 직접 수리하고, 쌀 20㎏과 휴지·라면·세제·소화기·세제·귤 등 생활필수품을 선물했다.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가정으로 보이는데, 지원 대상 문턱에 걸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보였다"면서 "고등학생 자녀들이 희망을 갖고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움을 주게 됐다. 유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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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방관분들께서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렇지 않아도 화재 다음 날까지 어지럽고 구토가 나왔는데 후드를 고쳐주시고 생필품까지 주셨다"면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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