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오히려 내가 위험할 수도…최선 다하겠다"
(고양=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 바둑랭킹 21위 안국현(26) 8단이 개인 첫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21)라는 난적을 만났지만 "해볼 만 하다"며 당찬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국현은 2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기자회견에서 "커제는 스타일상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도 오히려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출사표를 냈다.
안국현은 "상대는 워낙 강하다. 초반과 균형 감각에 꽤 강점이 있는 선수"라며 커제의 실력을 인정했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으로 삼성화재배 정상에 오르는 등 이미 세계대회 우승컵을 5차례 들어 올린 강자다.
안국현은 그러나 "상대가 강하지만, 제가 충분히 좋은 내용의 바둑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잘 두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국현은 지난해 국내 기전인 GS칼텍스배에서 첫 우승을 거뒀지만, 세계대회 우승 경력은 없다.
결승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다. 안국현은 이달 초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탕웨이싱 9단을 격파하며 4년 만에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한 한국 기사가 됐다.
커제는 최근 중국 기전에서 2번 연속으로 준우승(TWA배·난가배)에 그쳐 다소 의기소침해 있다. 그는 지난 10월 중국랭킹에서 공동 1위를 허용하고 11월에는 2위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12월 1위 자리를 되찾아 중국 최강자 자존심을 회복한 상태다.
커제는 "랭킹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다. 얼마 전 연속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모두 2등을 했다. 연속으로 경기를 치러서 어느 정도 피곤해 이번에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커제는 "안국현과는 많은 경기를 해본 적이 없지만, 최근 그의 경기를 지켜본 소감으로는 굉장히 실력 있고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제가 위험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고 겸손한 임전 각오를 내놓았다.
그러나 "저는 아직 젊으니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서 이번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국현은 커제와 달리 최근 약 한 달 동안 공식 대국을 치르지 못한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국현은 "따로 장고 대국을 둬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마지막 주에는 크게 성적이 좋지는 않았는데, 개의치 않겠다. 바둑을 많이 둬서 감각적으로는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상대가 커제로 정해져 있으니 상대의 기보를 많이 보면서 잘 맞춰가는 데 중점을 뒀다"며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안국현과 커제는 이날 검은 안경과 검은 양복, 노 타이 등 '닮은꼴 스타일'로 회견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커제는 "요즘 바둑 선수들이 많이 입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며 "안경은 시력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끼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국현과 커제는 모두 결승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매 대국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국현은 "만약 제가 첫판을 이긴다면 우승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 같다. 그런 부분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런 생각은 해봤지만, 아직은 예측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커제는 "바둑을 두면 너무 집중을 많이 하기 문에 결과에는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된다"며 "지금 큰 자신감은 없어서 우승할 가능성은 작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