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은 사자의 영혼 자체, 신앙지키기 위해 필요'
유엔은 '선주민족 권리 인정'…일 정부는 '류큐 선주민족' 불인정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에 있던 옛 독립 왕국 '류큐(琉球)' 왕조의 후손 등이 옛 교토(京都)제국대(현 교토대) 인류학자가 가져간 조상의 유골을 돌려달라며 대학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류큐왕조의 후손이 포함된 원고 5명은 교토대가 오키나와현 나킨진손(今?仁村)에 있는 조상의 묘에서 연구 목적으로 가져간 최소한 26명분의 유골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4일 교토지방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류큐 민족의 유골 반환 소송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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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은 1991년 나킨진손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모모자나(百按司)' 묘지에 있었다. 현지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1406-69년 오키나와를 통일한 '다이이치쇼시(第一?氏)' 가문 관련자가 매장된 곳이다. 교토제대 의과대학의 가나세키 다케오(金?丈夫) 교수(1897-1983)가 1929년 매장 유골을 조사해 일본인의 내력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가져갔다. 나킨진손 행정당국은 26명의 유골이 교토대 종합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원고는 왕족인 다이이치쇼시의 후손 2명과 류큐민족유골반환연구회 대표 마쓰시마 야스카쓰(松島泰勝) 류코쿠(龍谷)대 교수 등 오키나와 출신 3명이다. 원고 측은 유골 반환과 원고 1인당 10만 엔(약 10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과 행정당국의 반출허가는 받았지만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원고 측은 작년 봄 이후 교토대에 유골보관상태를 문의하고 답변을 요구했으나 교토대 측은 "문의와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시마 교수는 "류큐인에게 유골은 사자(死者)의 영혼 그 자체"라고 지적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반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토대 홍보실 측은 "제소에 관한 논평은 자제하겠다. 소장품은 순차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정확히 파악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며 개별 문의에는 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소송에서는 원고에게 반환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유골반환을 요구할 선주(先住)민족의 권리를 인정한 유엔선언을 근거로 반환을 요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본정부는 '류큐민족'을 선주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골의 신원 특정도 이뤄져 있지 않아 왕족의 후손이 소유권을 승계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교육위원회는 작년 11월 유골을 가져간 가나세키 교수가 후일 근무했던 옛 타이베이(臺北)제대인 대만(台?)대로부터 "가나세키 교수가 오키나와현에서 가져간 63명의 두개골을 돌려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대학과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 현지 나킨진손 교육위원회는 올해 4월 반환과 관련한 협의서를 교환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6년 조사 당시 정부가 선주민족으로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는 아이누민족의 유골에 대해 12개 대학이 모두 1천676명분의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토대와 오사카(大阪)대, 도쿄(東京)대 등 옛 제국대학을 중심으로 1878년 이후 인류학자 등이 연구목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누민족이 홋카이도(北海道)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유골반환소송에서는 2016년 신원불명의 유골을 아이누 단체에 반환하는 것으로 화해가 이뤄졌다.
교토대학에 대해서는 금년 5월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기카이지마(喜界島), 도쿠노시마(?之島) 주민들이 1933-35년 사이에 인류학자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진 260명분의 유골반환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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