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영국 해외정보국(MI6)의 알렉스 영거 국장이 공식 연설에서, 정부가 사이버·테러 공격을 지원하는 주요 국가로 소련을 지목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거 국장은 이날 취임 4년 만에 두 번째로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공식 연설을 할 예정이다.
영거 국장은 미리 배포된 연설 요약문에서 "러시아든, 우리 삶을 전복시킬 의도를 가진 어떤 다른 국가이든, 우리와 동맹국들이 가진 결의와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영구적 대치 상태에 있는 '적들(adversaries)'에 대응하면서, 전통적인 스파이 책략과 사이버 기반의 현대적 접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강조했다. 사이버 접근의 예로는 '모호함을 이용할(exploit ambiguity)' 의도를 갖고 온라인에서 트위터 반복작업 프로그램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행위 등이 인용됐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4세대 스파이 활동이 요구된다"면서 "이는 가속화된 혁신과 새로운 동반자 관계, 다양성을 결집하고 젊은 층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사고방식 등에 인적자원 기반의 전통적 기법을 접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해, 유럽에 꼭 필요한 안보 연대를 위해 MI6가 EU의 유관 기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아울러 해외 이슬람 세력이 주도하는 공격을 차단하는 데도 MI6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거 국장의 연설문은,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의식해 영국을 '중요한 동반자'라고 치켜세우는 발언을 한 상황에서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지원(state-sponsored)' 테러의 책임 소재를 묻는 말이 나오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양심의 문제"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영국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하는 말이지만, 언젠가 우리가 상호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과 그의 딸이 독살되는 사건이 터진 뒤 양국 관계는 냉전 종식 이후 최악의 상태로 나빠졌다.
신경가스 급 화학무기가 사용된 당시 공격으로 영국 민간인도 한 명 희생됐다. 그러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수십 명의 러시아 스파이를 강제 추방하고 서방 동맹국에 같은 조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경찰이 독극물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러시아인 두 명은 지난 9월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RT TV 방송에 나와, 자신들은 역사적인 도시를 관광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자 영국 정치권에서는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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