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종이동물원·태엽 감는 새 연대기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검은 사슴은 이렇게 말했을거다 = 올해 시력 30년을 채운 거장 채호기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전작 '레슬링 질 수밖에 없는' 이후 4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1부, 2부라는 명칭 없이 총 57개의 시편으로 구성돼 있어 마치 하나의 시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나는 언제나 내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이후가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로 이어지는 제목들은 시인이 도전하는 극한의 주제이기도 하다.
문학동네. 156쪽. 8천원.
▲ 여기가 끝이라면 = 기자이자 소설가로 활동해 온 조용호 작가가 문학(문화)인 100명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
'여기가 끝이라면'에는 지난 5년 동안 '세계일보'에 연재된 '조용호의 나마스테!'로 인사한 120여명 중 문인 중심으로 한정된 100명이 소개됐다.
조 작가가 만나 안부를 물은 100명의 작가들은 소설가, 시인, 평론가를 비롯해 화가, 영화평론가, 가수, 요리사 등 다양하다.
총 5부로 나뉘어 수록된 한 권의 책 속에는 한 시기의 문화사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도서출판 작가. 426쪽. 1만7천원.
▲ 꽃신 = 영문으로 소설을 써 미국과 덴마크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김용익 작가의 단편집. 2권 '푸른씨앗'도 함께 발간됐다.
60여년 전 이미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 국가와 유럽, 인도 등 세계 곳곳에 소개됐다.
미국 '하퍼스 바자'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뉴요커', '마드모아젤' 등 해외 매체들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작가가 영어로 발표한 작품을 직접 한국어로 새로 쓴 단편 소설들과 함께 영어 원문 '더 웨딩 슈즈'(꽃신)를 실어 양 언어로 작가의 미려한 문장을 감상할 수 있다.
김용익의 작품 세계를 오래 연구한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는 해설에서 "아련한 그리움의 정서와 현실과의 대결에서 마침내 맛보게 되는 그득한 상실감…그 한국적 향수와 페이소스는 사라져 가는 '꽃신'의 환영처럼 애처롭고 '밤배' 고동소리로 크게 울린다"고 평가했다.
남해의 봄날. 188쪽. 1만3천원.
▲ 종이동물원 =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대표 단편 선집.
권위 있는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수상한 대표작 '종이동물원'을 비롯해 환상 문학, 하드보일드, 대체 역사, 전기 소설에 이르기까지 켄 리우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표제작 '종이동물원'은 선물포장지로 종이 동물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던 중국인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일본 강제징용, 서강열강의 경제 침탈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들 또한 작품에 녹여냈다.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568쪽. 1만5천800원.
▲ 태엽 감는 새 연대기 =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출간 25주년인 2019년을 맞아 민음사에서 작가가 직접 다듬은 개정본을 새로운 번역으로 옮겼다.
총 3부, 1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며 그전까지 청춘의 상실과 성숙의 고통을 주로 그려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에서 분수령이 된 소설이다.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으려는 남자의 분투와 실재했던 폭력의 역사를 교차해 촘촘하게 짜내려 간 이 소설은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번역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김난주가 맡아 복잡하게 얽힌 '태엽감는 새 연대기' 세계를 최대한 작가의 의도에 가깝게 풀어냈다.
김난주 옮김. 민음사. 1천24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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