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조짐·여론 압박 등에 포퓰리즘 정부 기류 변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막대한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확장 예산을 편성해 회원국의 예산 감독권을 지닌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어 온 이탈리아 정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9%까지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일간 일 메사제로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그동안의 강경 노선을 포기하고, 내년 예산의 재정 적자 규모를 하향조정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취재원을 밝히지 않은 채 "주세페 콘테 총리가 내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1.9∼2.0%로 조정하는 방안을 살비니와 디 마이오 부총리에게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부총리는 연금 수령 연령 하향,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 소득 도입 등 자신들의 공약이 폐기되지 않는 한 재정적자 규모의 축소에 동의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EU에 맞서 당초 예산안을 고수하던 이탈리아 정부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이탈리아가 EU와 타협하지 않아 예산안을 둘러싼 양측 갈등이 계속될 경우 이탈리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기업인 연합회인 콘핀두스트리아(Confindustria)는 이탈리아의 지난 3분기 경제가 2014년 2분기 이래 4년여 만에 역성장했다고 밝힌 지난 30일 통계청의 발표 직후 "4분기에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이미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3일 "예산안을 둘러싼 EU와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탈리아 경제는 내년 초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내년 이탈리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1%에 훨씬 못 미치는 0.4%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 역시 정부가 EU에 계속 반기를 드는 것을 원치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이탈리아 정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실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 약 60%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EU와의 대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6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로 출범한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많은 GDP의 2.4%로 설정한 내년 예산안을 EU에 지난 10월 제출한 이래 EU와 금융시장의 우려를 사 왔다.
EU는 회원국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적자 상한선을 GDP의 3%로 정해 놓았지만, 이탈리아는 이미 GDP의 131%로 그리스에 이어 역내 2위인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어 2.4%의 재정적자도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차례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안을 반려한 EU는 이탈리아 정부가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재정적자 규모를 2.4%로 고수하자, 이 같은 예산안이 EU의 예산편성 지침을 위반했다고 지난 달 21일 결론을 내리고,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과징금 부과 등 사상 초유의 제재 절차에 착수하려 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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