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축구팬, 고기구이 즐겨…시장 안정 주력, 내각구성 방식도 유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좌파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극우 돌풍'의 주인공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인이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집권을 앞둔 행보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지난 2002년과 올해 대선 직후 상황을 비교·분석하면서 정치적 성향이 대척점에 있는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흥미롭게도 닮은꼴 행보를 보인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개인적으로 두 사람은 열렬한 축구 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상파울루를 근거지로 하는 프로축구클럽 코린치안스의 열렬한 팬이다. 지난 2003∼2010년 집권 기간에는 코린치안스 선수들을 수시로 대통령궁으로 초청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도 2014 러시아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를 빠짐없이 시청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역시 상파울루를 근거지로 하는 프로축구클럽 파우메이라스의 서포터스다. 지난 2일 브라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직접 관전하고, 파우메이라스가 승리하자 유니폼을 입은 채 선수들과 뒤엉켜 우승을 축하했다.
브라질의 '국민 음식'인 고기구이를 즐기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휴일에 가족·측근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은 두 사람이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취임을 앞두고 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한편 내각 구성 방식에서도 유사성을 보인다.
2002년 말 대선에서 좌파 노동자당(PT) 룰라 후보가 승리하자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룰라는 미국 보스턴 은행 출신의 엔히키 메이렐리스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하는 등 시장 친화적 인사들로 경제팀을 꾸리면서 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일찌감치 미국 시카고대 출신 경제학자인 파울루 게지스를 경제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했다. 게지스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1980년대 칠레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영기업 민영화 등 시장주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친 인사다.
부패 척결을 위해 법무장관에 힘을 실어준 것도 공통점으로 들 수 있다. 지금은 부패혐의로 수감된 처지지만, 룰라는 형법 전문가를 법무장관에 기용하고 연방경찰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당시엔 부패 척결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권력형 부패 수사의 상징적 인물인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판사를 법무장관에 지명하면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새 정부에서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된 법무부는 부패 척결과 공공치안 확보를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외교장관에 이념성이 짙은 인사를 기용한 점도 비슷한 부분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남남협력 확대와 쿠바 고립 반대, 남미지역 통합에 우선 가치를 둔 세우수 아모링을 외교장관으로 발탁했다. 반면에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표적 친미주의자로 꼽히는 에르네스투 아라우주를 외교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밖에 언론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점도 공통점의 하나로 들 수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이어진 비판적 보도 때문에 언론과 껄끄러운 관계를 계속했고,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신문을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배제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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