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까지 일반인 공개후 '국장' 엄수…6일 아내·딸 곁에 영면
펜스 부통령 "변화 만들어낸 위대한 리더", 라이언 하원의장 "위대한 애국자"
전·현직 대통령 대거 장례식 참석키로…트럼프-힐러리 재회할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향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영면에 들기 전 그의 정치인생 주 무대였던 워싱턴DC로 '마지막 여행'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유가족과 함께 3일 오전 항공기 편으로 자택이 있던 텍사스 휴스턴을 떠났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운구를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휴스턴으로 보냈다. 제41대 대통령이었던 그를 기리는 뜻에서 이 항공기의 임무는 '스페셜 에어 41'로 명명됐다.
고인을 태운 에어포스원 항공기가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기지 밖에는 휴대전화기와 카메라를 꺼내든 시민들이 자리를 잡았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일제히 발코니로 나와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운구차는 미국민의 추모 물결 속에서 오후 4시 40분께 워싱턴DC의 의사당에 도착했다. 예포가 발사된 후 운구조가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쪽에 도열한 의장대 사이로 성조기로 싸인 관을 들고 의사당 계단을 하나하나 천천히 밟아 올라갔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됐다. 그의 관은 1865년 암살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관을 안치하는 데 처음 사용됐던 '링컨 영구대(靈柩臺)' 위에 놓였다.
의회 중앙홀에서 전직 대통령의 추모 행사를 한 것은 지난 2006년 12월30일∼2007년 1월2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가장 최근 의회 중앙홀에 안치된 정치인은 8월25일 별세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이었다.
가족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오후 5시부터 거행된 부시 전 대통령의 추모식은 미 하원 소속 패트릭 콘로이 목사의 기도로 시작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은 이 나라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만든 위대한 리더였다"며 "동시에 아내와 가족, 친구들에게 헌신한 좋은 남자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공직에서 봉사한 부시 전 대통령의 일생이 "미국인들의 가슴에 소중히 간직될 것"이라면서 "워싱턴DC에 온 한 아웃사이더에게 견실한 상담역이자 충실한 조언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부시 전 대통령의 1988년 선거 운동이 자신을 정치로 이끌었다고 회상하면서 "그는 위대한 애국자였다. 여기 위대한 남자가 누워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전 대통령이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던 1944년 태평양에서 격추되기 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일화를 떠올리면서 "그는 우리를 높이 날게 했고, 계속 더 높이 날라고 우리의 사기를 북돋웠다"라고 추모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5일 오전 7시까지 조문 행사를 위해 사흘 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당초 5일로 예정됐던 의사당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는 부시 전 대통령의 조문 때문에 하루 뒤로 연기됐다.
장례식은 5일 오전 10시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아들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장으로 엄수된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남편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어서 대선 맞수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재회할 것으로 보인다.
국장이 치러지는 건 2007년 포드 전 대통령 이후 11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은 마이클 커리 성공회 대주교가 집전할 예정이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 역사학자 존 미첨이 추모사를 낭독한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5일 늦게 휴스턴으로 돌아와 세이트 마틴 성공회 교회에 안치된다. 이어 6일 오후 텍사스주 컬리지 스테이션에 있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 바버라 여사와 딸 로빈 곁에 안장될 예정이다.
장지까지 70마일(113㎞)인 고인의 마지막 길은 철도회사 유니언 퍼시픽이 2005년 부시 전 대통령을 위해 만든 '4141호' 기관차가 배웅한다. 이 기관차는 부시 전 대통령이 재직할 때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같은 푸른색으로 도색됐다. '4141'은 41대 대통령인 그를 위해 붙여졌다.
전날 텍사스 A&M 대학의 조지 H.W. 부시 도서관·기념관에는 수많은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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