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루피 "인간은 성·인종·계급 차별없이 평등해야"

입력 2018-12-04 10:59  

래퍼 루피 "인간은 성·인종·계급 차별없이 평등해야"
'쇼미' 휩쓴 나플라·루피 인터뷰…"지드래곤 된 기분"
"아직 편의점 도시락 먹지만 롤모델은 스티브 잡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제가 여성가족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 성 평등이라는 주제에서 '평등'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인간이라면 인종, 나이, 계급, 성차별 없이 모두 동등해야 한다는 개념을 배웠고 그게 성숙한 의식이잖아요."(루피)
엠넷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에서 준우승한 래퍼 루피(본명 이진용·31)는 지난 7월 국민참여로 만든 성평등 힙합 음원 '해야 해'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곡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굴레와 불합리를 이야기하는 데서 시작하며, 상대에게 상처 주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로를 탓하는 맘/ 결국 서로를 멀어지게 만든 말/ 우리 이제 그만해/ 우린 함께 해야 해/ 난 너를 이해해"라는 가사가 '혐오 논쟁'에 빠진 힙합계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루피와 '쇼미' 최종 우승자 나플라(본명 최석배·26)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들어온 이유, 그들이 생각하는 힙합의 가치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루피는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다. 성인이 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LA 한인타운에서 나플라 등을 만나면서 힙합 레이블 메킷레인을 만들었다. 유학은 그에게 평등의 가치를 곱씹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해요. 그래서인지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매너가 미국 친구들에겐 배어있어요. 여성가족부에서 협업 의뢰가 들어왔을 때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이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는 걸 노래해야겠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 충분히 나와 정부가 함께 만들 접점이 있겠다고 생각했죠."(루피)
미국 생활은 그를 인격적으로도 변모시켰다.
"LA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아요. 한국에선 항상 정해진 답을 맞히는 게 중요했죠. 옆집 아들이 어느 대학에 가는지, 그 애처럼 되려면 어떤 학원에 다녀야 하는지 알아야 했죠.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미국에선 각자 삶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농구를 해도 잘하는 사람 앞에서 기죽기보다 '나도 할래 날 봐줘' 식인 거죠.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인간으로서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루피)



나플라는 루피와의 첫 만남이 강렬했다고 회고했다. 2014년 LA 한인타운 한 음악축제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루피가 먼저 다가가 "음악적 비전을 구현하려면 네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나플라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2015년 1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LA에서 구축한 음악세계를 한국에서도 펼치고 싶었다고 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명성을 날린 두 사람이지만 '쇼미더머니' 우승까지 확신하지는 못했다.
나플라는 "'톱12' 정도까지는 올라갈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 날 떨어뜨리진 않을듯싶었다"며 "그래도 탈락자를 발표할 때마다 긴장되더라. 루피 형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루피는 "'쇼미'는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느냐보다 랩을 잘하게 '보이는 것'에 특화한 프로그램이다. 저도 타이트하고 기술적인 랩에 집착한 시기가 있었지만 한국에 넘어와서 음악을 대하는 철학이 바뀌었다. 그런 게 이 프로그램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저로서는 우승까지 기대하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나플라는 자신이 가진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그걸 보여주면 우승할 수 있다고 봤다"며 "제 경우에는 개인 음악을 들려줄 단 하나의 무대만 가질 수 있다면 만족했다. 우승 뒤에는 마치 연예인, 지드래곤이 된 기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플라는 아직 엠넷으로부터 '쇼미' 상금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부상으로 받은 차량은 루피에게 선물했다.
"루피 형이 고생하는 걸 가장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형이 차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형은 차에서 작업을 많이 해요. 미국에서도 집보다는 지하 주차장 어두운 공간에서 작업하길 좋아했죠. 형이 이 차를 통해 좋은 음악을 만들 거란 걸 아니까 별로 아깝지 않아요."(나플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숫자랑 친하지 않아서, '쇼미' 이후 재정적으로 나아졌는지 잘 몰라요. 아직도 편의점 도시락 먹으며 지내거든요. 분명한 건 예전보다 팬이 많아졌다는 거예요."(루피)



두 사람은 앞으로 힙합이 특정 장르로 규정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꼭 사회 비판적 가사만 써야 한다거나, 상대방을 뜬금없이 비판(디스)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희가 이해하는 힙합은 다양한 걸 받아들이는 그 자체예요. 힙합의 출발은 파티 음악이거든요. 미국에 제이콜이라는 래퍼와 릴펌이라는 래퍼도 '힙합은 사회적 메시지가 주축인가, 혹은 파티음악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어요. 저희는 음악에 메시지를 담는 데 치중하기보다 음악을 만들 때 기분, 무드를 듣는이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어요."
메킷레인 수장 루피는 인터뷰 말미에 롤모델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음악계에 늘 이상적인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제가 한국에 온 첫해부터 '쇼미'에 나가길 바라셨죠. 그러나 저는 '아빠, 저는 몽상가여서 그런지 남들이 똑같이 가는 길에서 얻는 성공이 매력적이지 않아'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루피 & 나플라는 4일 오후 6시 싱글음반 '워크 업 라이크 디스'(Woke up like this)를 발표해 듀오로 활동에 나선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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