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규사업 알리고 주식처분·기업매각, 수십억 챙겨…조폭 출신도 연루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자기 자금 없이 사채로 상장사를 인수한 뒤, 온갖 허위사실로 주가를 띄우고는 주식을 팔아치워 거액을 챙긴 '기업 사냥꾼'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허위 공시 등으로 주가를 부풀려 부당이득 약 8억원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코스닥 A사의 전 대표 김모(51)씨, 이모(52)씨, 김모(41)씨, 신모(55)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사채 브로커 장모(34)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 내지 약식기소하는 등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 일당은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사인 코스닥 상장사 A사를 2016년 5월에 인수했다.
인수를 알리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에는 인수 대금을 '자기자금 및 차입금'으로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사채로 빌린 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무자본 인수'였다.
이들은 신씨가 대표인 협력사를 통해 액화석유가스(LPG) 수출입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띄웠다.
LPG 수출입업은 시설 요건을 갖추고 산업자원부에 정식 '등록'을 하는 데 수천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아도 취득이 가능한 '조건부 등록'만 얻고는 마치 정식 등록을 완료한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홍콩의 펀드가 800만 달러의 거액을 A사에 투자했다고 공시했지만 이 역시 투자금을 사실상 꺼내 쓸 수 없는 상태여서 결국 허위공시였다.
그러나 이런 허위사실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A사의 주가는 약 한 달 만에 2천920원에서 5천680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들은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이어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며 재차 주가 부양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았고, 결국 인수 약 1년 만에 회사를 매각해버렸다. 회사 매각차익으로도 이들 일당은 48억원을 더 쓸어 담았다.
일당 가운데 주범 김씨와 이씨를 비롯해 이들에게 사채업자를 소개해준 백모(42) 씨 등은 유사한 죄로 처벌받고 복역을 마친 직후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이씨가 '목포새마을파'의 전 조직원이라고 밝히면서 "주식시장에 조직 폭력배가 개입한다는 풍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를 확인한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업사냥꾼들이 사채자금을 이용하여 상장회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다음 개인적인 이익 실현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실태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주식시장에서 건전한 금융질서가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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