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 MP그룹이 상장 9년 만에 상장폐지라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3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MP그룹의 주권 상장폐지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MP그룹의 상장폐지 여부는 이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남겨두고 있는데 증시 퇴출을 면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MP그룹은 곧바로 정리매매를 시작으로 증시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미스터피자라는 브랜드를 믿고 이 회사에 투자한 수많은 투자자에게는 악몽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MP그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공을 거듭한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꼽혔기에 증시 퇴출을 눈앞에 둔 현재의 모습이 안타깝다. 창업주이자 사주인 정우현 회장은 일본에서 미스터피자를 창업한 재일교포 3세의 권유로 한국 미스터피자를 창업한 이후 줄곧 성공신화를 써왔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1990년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이화여대 1호점'을 연 지 20년 만인 2009년에 피자헛, 도미노피자를 제치고 1위 피자 업체로 도약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미국, 베트남 등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무대를 넓혔다. 2010년에는 미스터피자의 원조인 일본 상표권까지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자 시장의 포화와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린 피자 업계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1위 자리에 안주하다가 2014년부터 역성장 매출로 1위 자리를 내줬다. 미스터피자의 성공신화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한 셈이었다. 이번 상장폐지 심사에서도 미스터피자의 실적 둔화에 따른 자본잠식이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하니 MP그룹 몰락의 1차 원인은 잘못된 경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MP그룹의 경영위기를 심화시킨 것은 오너의 갑질과 횡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갑'들이 MP그룹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우현 회장이 2016년 경비원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미스터피자의 가맹점 상대 횡포, 오너 친인척 부당지원 등의 사례까지 공개돼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혀를 차게 된다.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 부담을 사실상 떠넘겼고, 이에 항의하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본사의 갑질에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들이 별도 피자집을 차리면 그 인근에 직영점을 여는 이른바 '보복출점'까지 한 사실이 탈퇴 점주의 자살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주와 탈퇴 점주들에게 갑질을 일삼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MP그룹도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풍전등화의 신세가 됐다.
MP그룹의 몰락은 오너의 잘못된 판단과 그릇된 행동이 기업가치를 얼마나 훼손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정 회장의 안목과 판단 잘못이 실적 둔화로 이어졌지만, 회사의 위기를 키운 것은 '을'에 대한 갑질과 횡포였다. 우리는 오너 일가의 부족한 자질과 일탈 행위를 대한항공, 대웅제약, 교촌치킨 등에서 숱하게 봐왔다. 기업의 '오너 리스크'는 해당 기업과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고객에게까지 미친다. 기업을 창업하고 수성하는 이들이 MP그룹 몰락에서 교훈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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