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 전문가 "기도문 삭제해야"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한국의 인기 케이팝 그룹 NCT 127이 자신들의 신곡에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들의 기도문을 사용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마오리 지적 재산권 전문가는 사과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도문을 노래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3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NCT 127은 자신들의 신곡 '사이먼 세즈' 도입부에 "투투루 오 휘티 화카마우아 키아 티나"라고 외치는 마오리 기도문 '카라키아'를 사용했다.
NCT 127은 카라키아를 온라인에 올라온 결혼식 비디오에서 채록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이먼 세즈가 유튜브에 소개된 뒤 일부 마오리와 지적 재산권 전문가들은 NCT 127이 카라키아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NCT 127이 소속돼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성명을 통해 마오리들을 모욕할 뜻이 전혀 없었다며 사과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폴 허 대변인은 "우리 SM엔터테인먼트는 노래에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마오리나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나 뜻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도문이 매우 고결한 말들이라는 것을 알고 기도문 샘플의 의미가 우리 노래 가사의 뜻에 잘 들어맞아 듣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결혼식 비디오를 온라인에 올린 부부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오리 신혼부부와 접촉해 제작사를 통해 노래를 배포하기 전에 비디오 원본에서 특정 부분을 채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분명히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채록한 부분에 대해 우리는 본래의 의미를 알아내 우리의 메시지와 연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했던 마오리 지적 재산권 전문가 아로하 미드 빅토리아 대학 교수는 NCT 127이 자신들의 노래에서 기도문 샘플을 삭제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밴드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자신들의 비디오에 카라키아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직접 얘기를 들은 것은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접촉한 부부가 마오리일 수는 있지만, 원작자가 아닐뿐더러 그런 내용이 마오리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집단적 문화 전통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에서는 NCT 127의 카라키아 사용에 대해 노래 도입부에 들어간 것은 이 기도문이 어떤 때 쓰이는지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사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에서 기도문을 아예 삭제한 뒤 다시 올린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디오는 4일 낮 현재 935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k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