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답지…동문 합심해 부활 추진
(장흥=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1950년대 전남 장흥중학교에서 시작된 밴드부 '보리닷되'가 졸업생들의 기부로 부활 움직임을 보인다.
4일 장흥군에 따르면 장흥중 7회와 장흥고 6회 졸업생들이 지난달 초 장흥고 밴드부 부활을 위해 기금 100만원을 군에 기부하면서 '보리닷되 운동'이 시작됐다.
'보리닷되'는 1950년대 초 장흥중 학생들이 밴드부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십시일반으로 보리 다섯되를 모으기 시작해 밴드 이름으로 붙여졌다.
1954년께 장흥중에서 먼저 결성된 '보리닷되' 구성원들은 장흥고로 입학한 뒤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30여명으로 구성된 장흥고 밴드부는 1960년대부터 장흥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장흥고를 대표하는 밴드부였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농촌의 인구가 줄면서 2000년대 이후 밴드부는 옛 명성을 잇지 못하고 해체됐다.
해체됐던 '보리닷되'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장흥고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정종순 장흥군수가 동문에게 제안하면서부터다.
정 군수는 지난달 2박 3일 일정으로 고향을 찾은 장흥중·고 졸업생들에게 '보리닷되'의 사연을 들려줬고 졸업생들은 흔쾌히 기금을 내놨다.
팔순을 넘긴 졸업생들이 먼저 기금을 내놓자 후배 동문도 잇달아 기탁하고 나섰다.
3일 주형진 제이디자인 대표와 임점식 대림영농조합법인 임점식 이사가 각각 200원을 내놨고, 장흥고 동문회에서 300만원을 부활 기금으로 장흥군인재육성장학회에 기탁했다.
장흥군 양계협회도 인재육성장학기금으로 5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보리닷되' 밴드 부활 기금으로 1천60만원이 모였다.
장흥중을 졸업한 김효전(82)씨는 "6.25 전쟁이 끝나고 음악 교사가 밴드 결성 아이디어를 냈는데 돈이 없어서 전교생이 보리를 5되씩 모아 밴드를 만들게 됐다"며 "가난했지만, 새들이 모이를 모으듯이 십시일반 모아 밴드부를 결성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이를 먹으니 고향 생각이 간절했고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정 군수의 안으로 기금을 내게 됐다"며 "힘든 시절에 합심해 밴드를 결성했던 것처럼 옛 명성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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