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보는 리더 완성법…신간 '리더라는 브랜드'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2016년 미국 대선은 우리 언론과 외교·정보기관 등엔 재앙이었다. 대외관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 예측하는 일이 향후 각종 정책 방향 설정과 경제 운용 계획 등에서 상당히 중요한데, 대부분 기관과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 부족, 미국 문화·종교에 대해 몰이해와 함께 미국 언론을 비판 없이 받아쓰는 관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오판이었다. '침묵의 나선이론(자신의 의견이 소수일 경우 나쁜 평가를 받거나 고립되는 게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런데 '이미지 전략가', '리더 브랜드 전문가'를 표방하는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분석 도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2016년 2월부터 정확히 예측했다고 한다.
정치·외교에 전문성이 없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통적인 분석 틀 대신 미국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전략'을 연구한 결과 근소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고 그는 설명한다. 대선일 하루 전엔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이런 예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미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전략을 연구했고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캠페인도 직접 현장에서 취재했다. 이러한 결과물을 담아 펴낸 책이 신간 '리더라는 브랜드'이다.
저자는 당시 미국 대선 판세를 이미지 전략 차원에서 '거짓말 후보(힐러리)'와 '막말 후보(트럼프)' 가운데 '차악(次惡)'을 뽑는 대결로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예리한 시각이었다. 그는 책에서 "반드시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아웃사이더이면서 (힐러리보다) 솔직한 이미지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 자명했다"고 말했다.
또 공약 실천과 관련해 "솔직해 보이는 '막말 트럼프'가 '거짓말 힐러리'보다는 이행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게 사실"이라며 "결국 민주당의 패배는 '힐러리'라는 개인 브랜드의 실패"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일반 대중이 지닌 부정적 이미지, 특히 한국인이 느끼는 부정적 이미지는 국내외 언론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주류 언론이면서 친(親)민주당, 친 클린턴 성향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등을 받아쓰기하는 관행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며 오히려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저자는 친 클린턴 언론들의 편향된 보도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편파 보도를 했던 언론들의 잘못된 '힐러리 사랑'이 러스트 벨트의 트럼프 지지층을 더 강하게 결집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처럼 나름의 분석 틀을 통해 트럼프 당선을 예측함으로써 '이미지 전략'의 유용성을 입증한 그는 책에서 PI(Presidential Identity), 즉 리더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네 가지 전략 프레임을 제시한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관리', 미디어 관리를 의미하는 '외부 관리', '가족 관리', 그리고 태도, 연설 능력, 외모 등을 지칭하는 '개인 관리'까지 네 개 기둥이 PI를 든든히 받쳐줘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 내부 관리에선 힐러리에 완패했지만, 외부 관리에선 효율성을 보였고 역발상을 통해 승리했다. 트럼프는 가족 관리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태도 측면에선 두 후보 모두 '최악'이었지만 트럼프는 '아재 패션'을 통해 1980년대 경제 호황기 향수를 자극함으로써 핵심 지지층에 일체감을 부여했다. 전체적으로 트럼프가 우세했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가 우리 정치에도 참고가 될까. 저자는 앞으로 한국 정치도 '브랜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는 "멋지게 포장하려는 후보가 아닌 자신의 색(정체성)이 확실한 후보 브랜드가 대한민국을 바른길로 이끌 정치 지도자로 당선될 것이라 확신한다. 기존의 정치 관점으로 당선 공식을 적용하는 선거는 무조건 잊어야 한다"면서 "트럼프식 대선 전략을 우리 방식대로 벤치마킹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두 정상의 이미지 연출을 평가한 저자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의 이미지상 강점과 연출 전략 등도 세세히 분석한다.
21세기북스 펴냄. 260쪽. 1만6천원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