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력 싱크탱크 "한국은 일본보다 교역 많은 주요 파트너"

입력 2018-12-05 09:00  

러 유력 싱크탱크 "한국은 일본보다 교역 많은 주요 파트너"
글레브 아바쉔초프 "북핵 해결에 어느나라보다 관심 높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러시아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소(RIAC) 글레브 이바쉔초프 부회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교역량이 많을 정도로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주요한 파트너 국가"라고 말했다.
아바쉔초프 부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에 어느 나라보다 관심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남북 평화정착 분위기 조성을 무척 반기고 있다"며 "이를 지속하려면 북핵 문제가 최우선으로 해결돼야 하며 주변 당사국으로서 러시아도 적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러시아 우주선에서 쓰이는 식품저장 방법을 도입해 탄생한 제품이 김치냉장고라며 한국은 외국의 것을 도입해 자신들의 장점으로 만드는 데탁월하다고도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러시아 차세대 정책전문가를 이끌고 방한한 그는 2005∼2009년 주한러시아대사를 역임했다.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러시아어·영어로 펴내는 등 대표적 친한 인사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바쉔초프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남북한 평화정착은 국제사회의 뜨거운 이슈다. 러시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한반도의 핵 문제 해결에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핵은 러시아로서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북핵 실험장도 일본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
지난해 7월 4일 러·중 외교부는 북핵 해결과 관련해 남북대화-북미대화-국제사회 참여 순으로 포괄적 해결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반도 상황은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세 번째 단계인 국제사회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3∼2008년 작동한 6자회담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본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해야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번이나 중국을 방문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았는데 이는 남북평화 정착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기대하는 바람을 보여준 사례다.

-- 남북문제에 있어서 러시아는 오랜 우방이었던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까.
▲ 과거 이데올로기 시대에 구소련과 한국은 적대적이었지만 1990년 수교 후 28년간 한-러 관계는 무척 발전해 지금은 중요한 협력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은 교류하고 있다. 지금 양국 관계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없다. 러시아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을 반대하는 정치인·정당·기관이 하나도 없다.
6·25 전쟁의 상흔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전쟁을 기억하려는 이유는 재발을 막기 위함일 뿐이다. 러시아는 남북을 똑같이 바라본다.

--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해 우선시해야 할 것이 있다면.
▲ 서로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더 발전할 것이다. 이를 좀 더 앞당기려면 인적교류가 늘어나야 한다. 2014년부터 시행된 비자면제협정으로 양국을 오가는 관광객이 증가했다.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선입관이 없이 서로를 바라볼 때 더 굳건한 파트너십이 생긴다.
한국 미디어나 학자들이 러시아인의 삶과 정책을 소개하거나 분석할 때 대부분 서방국가의 정보를 활용한다. 이는 서방의 필터를 거친 정보로 한국만의 시각이 아니다. 러시아는 한국학 연구를 시작한 지 121년째다. 우리의 시각으로 한국을 본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에 대한 보고서, 다큐멘터리, 연구 서적, 단행본 등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 러시아에서의 한류 바람은 어떤가.
▲ 놀라울 정도다. 러시아 어디를 가나 한국 영화·드라마를 볼 수 있고 젊은이들은 K팝을 즐긴다. 아쉬운 것은 러시아 영화가 한국에서는 거의 상영되지 않는다.
문화 교류 측면에서 한국은 러시아의 클래식이나 발레 등 고전에만 관심이 높다. 그러나 러시아의 현재를 알려면 현대예술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 대한 교류가 늘어나야 한다.

-- 주한러시아대사로 근무하는 등 한국통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 지난 70년간 한국의 경제·과학·문화 분야의 발전은 정말로 눈부시다. 개도국 발전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도 놀라울 정도로 고도화됐다.
한국인의 애국심, 목적 지향성, 근면, 교육열 등은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외국의 문물을 빨리도입해 자신들의 장점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점이다. 대표적으로 김치냉장고를 들 수 있다. 러시아 우주선에서 쓰이는 식품저장 방법을 도입해 탄생한 제품이 김치냉장고다. 놀라운 발상이다.

-- 이번에 차세대 정책전문가 10명을 대동하고 방한한 성과는.
▲ 남북문제에서 한국의 입장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방한 기간 남북문제를 다루는 통일부, 외교부, 외교아카데미를 비롯해 세종연구소·국방연구소·외교아카데미 등 여러 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와의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덕분에 정부 기관과 민간영역에서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었다.
방한단은 앞으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을 다룰 때 주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의 전문가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도 큰 성과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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