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추진 16년 흑역사…국내 1호 병원 생기기까지(종합)

입력 2018-12-05 15:37   수정 2018-12-05 17:04

영리병원 추진 16년 흑역사…국내 1호 병원 생기기까지(종합)
제주도, 외국인 전용 조건부로 허용 도입논란 종지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이 제주에 들어선다.
제주도는 영리병원 1호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다.
정부가 국내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뒤 도입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16년간 이어졌다.

◇ 영리·비영리 병원 무엇이 다른가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주로 외국인 환자들에게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이름 그대로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영리병원과 구분된다.
비영리병원은 병원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료시설 확충과 인건비, 연구비 등 병원의 설립목적에 맞도록 재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은 모두 영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업 이익의 종착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외국인 투자병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투자개방형 병원','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혼용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설립·운용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내국인도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어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도 원칙적으로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 다만 영리병원에서 내국인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더 제약이 뒤따른다.
제주도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외국인 전용으로 한 조건부 개원 형식으로 허가했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보험체계가 무너져 의료비의 양극화와 의료비 상승만을 불러온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해외환자 유치 등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는 영리병원을 허가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 영리병원 추진 16년 흑역사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이 법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투자와 입주가 예상을 밑돌았고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작 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급선무인 재정경제부는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내용으로 2004년 말 법이 개정됐다.
꺼져가던 불씨는 2005년 제주에서 재점화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1년 앞두고 제주도는 의료관광이라는 명목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었다.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인 경우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인의 종류와 요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도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같은 해 12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확정돼 추진됐다.
2008년 들어서 김태환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추진의사를 공론화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여론조사에서 반대 39.9%, 찬성 38.2%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영리병원 문제는 매번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며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자자가 없어 아직 한 곳도 설립되지 않자 정부가 다시 팔을 걷어붙인 것이었다.
결국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제주도는 이어 3년이 흐른 뒤 진통 끝에 외국인 전용 진료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원희룡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정치적 책임 지겠다" / 연합뉴스 (Yonhapnews)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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