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에 역전 현상이 일어난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도 2년여만의 최소로 좁혀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1.3bp(1bp=0.01%p) 내린 연 1.901%, 10년물은 4.4bp 하락한 연 2.058%로 각각 마감했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격차 기준으로 장단기 금리차는 15.7bp에 그쳤다.
이는 2016년 9월30일(15.1bp) 이후 2년2개월여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이 금리차는 전날 18.8bp로 2016년 10월5일(19.4bp) 이후 처음으로 20bp 이내로 좁혀진 데 이어 이날 더 축소됐다.
통상 채권금리는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더 높지만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때는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고 심한 경우에는 역전 현상도 일어난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역전은 경기 후퇴의 '전조'로도 여겨진다.
미국의 경우 4일(현지시각) 2년물과 5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되고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도 크게 좁혀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자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3.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3.24%), 나스닥 지수(-3.80%) 등 주요 지수는 모두 3%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도 내년 이후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등 경기선행지표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며 "이는 내년 한국 경제의 완만한 하강세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도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앞으로 경기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이고 이는 합리적 베팅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이번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이 당장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와 경기침체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국내 채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강 연구원은 "미국의 최근 장기채 금리하락은 호황이 끝나서라기보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바로 밑'(just below) 발언과 유가 급락,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등 재료가 한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상황에서 때 이른 장단기 금리역전은 과도한 쏠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채권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경기가 양호한 상황에서 연준은 이달 기준금리를 올리고 점도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도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도 "중장기적으로 장단기 금리역전이 이뤄질 수 있지만 최근 단기간의 가파른 금리하락과 역전은 이달 FOMC를 기점으로 다소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국채 2년물과 5년물 금리의 역전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라면서도 "하지만 과거에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서 실제 경기 후퇴까지 1년 정도가 소요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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