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 영화들의 키워드를 꼽자면 유머러스함이 아닐까요?"
영화 '과속스캔들'(824만명), '써니'(736만명) , '타짜-신의 손'(401만명)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충무로 흥행술사'로 떠오른 강형철(44) 감독이 신작 '스윙키즈'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친 오합지졸 탭댄스단 이야기를 그린다. 댄스단에는 미군과 북한군 포로, 반공 포로, 중공군 포로가 뒤섞였다. 따뜻한 유머가 빛난 그의 전작들처럼, '스윙키즈' 역시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가 녹아든 작품이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강형철 감독은 "심각한 상황에서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영화 무대가 전쟁터이고 포로수용소이지만, 총 대신 춤으로 싸우는 청춘들의 유치함을 유머러스하게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탭댄스 영화를 떠올린 계기는 장훈 감독 권유로 뮤지컬 '로기수'를 관람한 뒤다.
그는 "평소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이라며 "신나는 디스코 음악과 분단국이라는 한국적 상황을 접목한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로기수' 뮤지컬이 평소 구상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원작 뮤지컬에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고 이야기 살을 붙였다.
뮤지컬이 북한군 포로 로기수와 로기진 형제를 중심을 전개된다면, 영화는 로기수(도경수 분)와 흑인 미군 병사 잭슨(재러드 그라임스)의 우정을 버디 무비 형식으로 그린다.
전쟁과 춤이라는 상반한 소재를 동시에 스크린에 불러낸 만큼, '스윙키즈'는 감정 진폭이 큰 편이다. 코믹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출발했다가 전쟁 참상이 드러나는 후반으로 갈수록 비장감이 감돈다. 초반만 보고 '해피 무비'로 예상했다가는 마지막 결말에서 당황할 수 있다. 강 감독은 반전(反戰)이라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과감히 충격요법을 썼다.
"통상 전쟁이라고 하면 수백만 명 사상자 등 숫자로 이야기하는 일이 많죠. 그렇게 되면 전쟁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데, 지인 한명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희생당한다면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죠. 그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행복해야 할 사람들에게 갑자기 충격이나 불행이 밀어닥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강 감독은 극 중 '악당'을 사람이 아니라 이념 자체로 내세웠다. 특정 이념을 옹호하거나 편들지도 않는다. 그는 "이념은 인간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자고 만든 이상적인 시스템인데, 오류를 일으켜 인간 위에 군림하고, 이 때문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수많은 배우가 등장한다. 주인공 로기수 역을 맡은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도경수는 수준급 탭댄스 실력은 물론 세밀한 감정 연기도 무리 없이 해냈다.
강 감독은 "도경수를 처음 만났을 때 로기수가 앉아있는 줄 알았다"고 떠올렸다. 로기수는 삭발로 나오는데, 도경수가 "빡빡 미는 것이 좋겠다"며 삭발을 먼저 자청했다고 한다. 강 감독은 "도경수 눈이 소 눈처럼 크고 예쁘다"면서 "머리를 삭발하니까 눈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도경수 인생 머리가 삭발"이라며 웃었다.
강 감독은 탭댄스 단원인 양판래 역 박혜수, 중국 포로 샤오팡 역 김민호 등 대부분 배역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실제 브로드웨이 댄서인 제러드 그라임스를 비롯해 미군으로 출연한 여러 외국 배우 역시 에이전시를 통해 할리우드 등지에서 활동하는 배우를 선발했다. 강 감독은 "작은 배역까지 다른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만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을 뽑았다"면서 "연기 구멍이 없다는 것만큼은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베니 굿맨의 '씽씽씽',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 등 주옥같은 명곡이 등장한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한국영화 최초로 비틀스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를 원곡 그대로 사용했다.
"한국영화가 쓸 엄두를 못 내는 3대 가수 곡이 있는데, 바로 마이클 잭슨과 퀸, 비틀스입니다. 곡 사용료가 워낙 비싼 데다, 원곡 삽입을 허락받기가 쉽지 않죠. 그러나 비틀스 측이 우리 영화 메시지에 공감해 운 좋게 승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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