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금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마지막 관문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다시 꼬였다. 광주시는 5일 노사민정협의회를 열어 전날 현대자동차와 잠정 합의한 '완성차 공장 투자협약안' 의결을 논의했다. 여기서 잠정 합의안이 그대로 추인됐더라면 광주시와 현대차는 6일 최종 투자협정을 맺는 수순만 남겨두게 된다. 그런데 지역 노동계가 잠정 합의안에 있던 '단체협약 유보' 조항에 반발했고, 협의회는 회의를 한차례 연기하는 진통 끝에 이 조항을 빼고 일부 다른 내용을 넣어 수정 의결했다. 광주시는 이 수정안을 들고 현대차와 재협상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단체협약 유예'가 빠진 수정안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협상 타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단체협약 유예 여부는 현대차와 노동계 모두의 입장에서 민감한 문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설립 초기 임금을 동종업계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게 시작했더라도 해마다 노사협상을 통해 임금을 올리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투자할 의미가 없어진다. 단체협상 유보를 현행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는 노동계 입장에서도 일정 기간 단체협약을 유보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광주시 협상단에 전권을 위임한 지역 노동계가 잠정 합의안에 반발하며 합의 내용을 뒤집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노사민정협의회 논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노동계가 반발했던 '단체협약 유예'를 뺐지만 노사 상생 협정서와 적정임금 협정서, 광주시 지원 복지프로그램 심의 결과 등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만들어 광주 빛그린산단 내 62만8천㎡ 부지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배기량 1천cc 미만 경형 SUV 생산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근로자 연봉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생산성을 올리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주거·육아시설과 복지 여건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자기자본금 2천800억원, 차입금 4천200만원 등 7천억원이 투입된다. 자기자본의 21%(590억원)를 광주시가, 19%(530억원)를 현대차가 출자한다. 경영권은 광주시가 맡고, 현대차는 차량을 위탁 생산한다. 공장이 지어지면 1만∼1만2천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 완성차 업계와 극심한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구직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노사 상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각별해야 한다. 이번에 임금수준을 주 44시간 근무에 연봉 3천500만원 기준으로 신설법인에서 논의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협상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모두 기대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사시켜 국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되돌리고 모자라는 지역 일자리도 만들어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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