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KGC인삼공사 꺾고 개막 11연패 탈출
(수원=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역시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베테랑이다.
현대건설의 주장 양효진(29)과 최고 연장자인 황연주(32)가 팀을 지긋지긋한 11연패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현대건설은 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올 시즌 개막 후 12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지난 시즌인 2월 15일 GS칼텍스전 이후 이어진 정규시즌 17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센터 양효진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전 탓에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도 블로킹 3개 포함 19점으로 젖먹던 힘을 짜냈다.
황연주도 고비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11점을 거들며 베테랑의 진가를 과시했다.
1세트를 따낸 것이 상승세의 기폭제가 됐다. 22-21에서 터진 황연주의 공격포인트가 결정적이었다.
KGC인삼공사는 주득점원인 알레나 버그스마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1세트를 아쉽게 내주자 2∼3세트에서는 힘없이 무너졌다.
이도희 감독은 "1세트에서 역시 베테랑인 양효진, 황연주가 잘 해줬다. 그러면서 2, 3세트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양효진는 "오랜만에 인터뷰를 한다"며 "하마터면 인터뷰실이 어디 있는지 까먹을 뻔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상대편 외국인 선수가 뛴 상황에서 이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오늘 경기 내용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황연주는 "알레나가 있건 없건 무조건 연패를 끊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다들 죽기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만약 패했더라면 V리그 여자부 개막 후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롭게 쓸 뻔했다.
황연주는 "더 부담될 게 없었다"며 "오늘이 기회라고 생각했고, 오늘도 지면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주장으로서 연패 기간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을 양효진은 후배들 앞이라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낼 수 없었다.
대신 양효진은 가까운 선배를 찾아 상담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는 이날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큰 세리모니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돌아보면 현대건설은 베키 페리를 영입하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베키는 실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뿐더러 설상가상으로 팀워크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현대건설은 서둘러 외국인 선수를 밀라그로스 콜라로 교체했다. 그로 인해 비시즌 동안의 훈련은 헛심을 쓴 꼴이 됐다.
현대건설은 시즌이 시작한 뒤 다시 새롭게 팀을 만들어야 했다….
황연주는 "베키를 교체하면서 시스템이 완전히 뒤엉켰다"며 "다른 팀들이 비시즌 동안 연습한 포메이션으로 간 것에 비교해 우리는 연습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황연주는 "오늘 승리를 계기로 팀이 치고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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