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일 시한 최후통첩'에 논평…"美, 러 INF 위반 증거 제시못해"
러 총참모장 "美 미사일 시스템 배치한 나라, 러 공격 표적 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준수하지 않으면 60일 안에 조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미국의 최후통첩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60일 안에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며 미국은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미국이 2002년 국제안보 전반의 토대 가운데 하나인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지금 사실상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신의 숙고하지 않은 행보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지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INF 조약 파기에 책임이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조약파기를 반대한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현실화할 경우 그에 적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푸틴은 이어 "현재 미국과 러시아만 양자 협정으로 중·단거리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지 않을 뿐 다른 많은 나라들이 그러한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 그러한 무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우리의 대답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우리도 그것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다른 나라와 미국의 뒤를 이어 중·단거리 핵미사일 생산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러시아가 2000년대 중반부터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와 SSC-8(RK 55로도 불림) 순항미사일을 개발·배치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 방어(MD)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양국 간에 INF 위반 논쟁이 일었다.
이날 푸틴이 언급한 ABM 조약은 지난 1972년 미-러 간에 체결된 것으로 양국이 신형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양국 수도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주변 가운데 한 곳에만 MD 시스템을 배치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 미사일 방어 체계인 MD 시스템(요격 미사일) 강화를 금지해 핵무기 피격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협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기인 2002년 ABM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글로벌 MD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한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우리의 참모총장 격)도 이날 러시아는 미국의 INF 탈퇴를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라시모프는 외국 무관들을 위한 브리핑에서 "미국이 INF를 탈퇴할 경우 자국에 미국 중·단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받아들인 나라는 러시아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INF 조약을 위반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지적하면서 "루마니아에 이미 전개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되고 있는 'MK-41' 수직발사시스템이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이는 INF 협정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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