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청와대서 목동까지 20㎞ 오체투지 행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무릇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땅 위이고 노동자가 돌아가야 할 곳은 일터입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스스로 깃발이 되고 메아리가 된 고공 농성자의 시간은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노동·시민·종교단체 모임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은 파인텍 공장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높이 75m 굴뚝에 올랐다. 6일로 농성을 시작한 지 390일째를 맞는다.
이들의 농성은 모회사의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두 차례, 800여 일에 가까운 고공농성에도 사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회사 측은 이들의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공동행동은 "문제해결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변하고 있는 것은 하염없이 더해가는 날짜뿐만이 아니다"라며 "거친 풍파와 혹한, 폭염을 사시사철 맨몸으로 견디며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도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8일 이곳 굴뚝에 올라 건강 상태를 점검한 의료진은 두 농성자의 신체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동행동은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는 공장을 헐값에 인수해 2년 만에 폐업하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에 맞선 408일의 고공농성으로 이룬 노사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행태를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굴뚝 위 노동자들을 '두 번째 408일'이 오기 전에 땅에서 만나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모아, 4박 5일간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체투지(五體投地)란 무릎을 꿇고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게 절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를 출발해 서울 양천구 목동의 스타플렉스 사무실까지 약 20㎞ 거리를 오체투지로 행진할 예정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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