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쥐었지만 우군 멀어진 민주…野 공조 대신 실리 택한 한국

입력 2018-12-06 21:33  

명분 쥐었지만 우군 멀어진 민주…野 공조 대신 실리 택한 한국
'선거제 연계 올인' 바른미래, 합의문 서명 거부
평화·정의, 비교섭단체 한계 절감…"더불어한국당 탄생" 비판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의 2019년도 예산안 협상이 6일 최종 타결됐지만, 그간 장 내외에서 마라톤협상을 한 여야 5당의 표정은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9개 항으로 구성된 '2019년도 예산안 관련 여야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 앞에는 '여야'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서명란에는 민주당, 한국당과 함께 3개 교섭단체 중 하나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의 서명은 없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예산안·선거제 개혁 연계'를 내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요구를 물리치고 단둘이 합의를 강행했다.
양당은 합의문에서 예산안을 다음 날인 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부터 본격 시작된 원내 지도부 간 예산안 협상 과정과 이날 마련된 합의문을 뜯어 보면 1·2당의 치열했던 줄다리기 흔적이 엿보인다.
민주당은 결국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라는 명분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적용 이후 역대 최장 지각처리라는 비판은 받게 됐으나 제1야당을 설득해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간 우군으로 불린 평화당과 정의당을 동시에 등 돌리게 한 것은 후회스러운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평화당과 정의당은 "야합 정치"라고 반발했다. 특히 '민자당 연대', '더불어한국당의 탄생'이라는 비아냥까지 잇따랐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거센 반발을 예상이라도 한 듯 민주당은 막바지 예산 협상 과정에서 "선거구제를 연계시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처음 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이해찬 대표), "예산안과 선거법을 연계시키는 일은 결코 없다"(홍영표 원내대표) 등 차단막을 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예상보다 한국당에 많은 양보를 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쟁점 예산에 속했던 남북협력기금 등 주요 사업의 기본 틀은 지켜냈다고 민주당은 자평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큰 사업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총 5조원 규모의 예산 삭감을 관철해내며 적잖은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무원 증원을 당초 정부 요구안보다 3천명 감축한 것은 물론이고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내년 9월부터 최대 생후 84개월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한국당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 부담 상한을 300%에서 200%로 완화한 것 역시 한국당 내부에선 성과로 자평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무분별한 일자리 예산에서 아무래도 가장 큰 감액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2야당이자 보수성향의 바른미래당을 저버리고 여당과 손잡았다는 점에서 향후 야권 공조를 어떻게 이뤄낼지 주목된다.



반면,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제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에 사실상 올인했지만, 결국 거대 양당의 산을 넘지 못했다.
막판 예산안 협상에서 배제되면서 원내 30석의 제2야당으로서 확보할 수 있었던 실리 또한 챙기지 못한 것도 지적받을 수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3당 연대'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결국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절감하고 말았다.


goriou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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