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탈퇴 내분에 베네수엘라 의장까지…험난한 OPEC 앞날

입력 2018-12-07 10:40  

회원 탈퇴 내분에 베네수엘라 의장까지…험난한 OPEC 앞날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 악명 높은 베네수엘라 군 장성 출신이 차기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을 맡게 돼 이미 대내외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OPEC의 험로가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전망했다.
OPEC이 2019년 차기 의장으로 선임한 마누엘 케베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군 장성 출신으로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전력을 갖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핵심 산업이자 유일한 돈줄인 석유 에너지 분야 총책을 맡길 정도로 심복 중의 심복이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정부는 OPEC을 향후 베네수엘라의 국제적 입지를 다지는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천명하고 있어 이미 사이가 껄끄러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등과의 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WSJ은 이런 상황에서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을 조정, 중재하게 될 의장에 베네수엘라를 지명한 것은 '잠재적 폭발혼합물'이라고 지적했으며 캐나다의 원자재 전문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베네수엘라가 OPEC 의장을 맡은 것을 시기적으로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했다.



OPEC은 현재 우선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소규모 산유국들은 OPEC이 최근 러시아와 전략적 제휴에 나서면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만약 OPEC이 해체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위촉했으며 카타르는 OPEC 탈퇴를 선언했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에 따른 감산 분을 벌충 생산하고 나섬으로써 지난 두 달 사이 국제유가는 3분의 1이나 급락했다. 회원국들은 사우디가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에 굴복했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케베도 신임 OPEC 의장은 회원국 간 단합이나 미국과의 외교를 모색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알려졌다. 레닌과 같은 좌파 아이콘들을 공개적으로 찬양하고 상전인 마두로 대통령의 반미 구호를 되풀이하고 있다.
케베도는 이런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한 듯 6일 빈의 OPEC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정치를 OPEC에 가져오지 않겠다'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안정과 모두에게 공정한 거래를 추구할 것이며 정치가 아닌 시장의 펀더멘털에 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재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가 '북(北)으로부터의 지속적인 공격 때문'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최대기업으로 케베도가 회장으로 있는 국영석유회사(PdVSA)에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60여명의 베네수엘라 관리들을 수뢰와 마약밀매, 인권침해 등 혐의로 역시 제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케베도는 아직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외화 수입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OPEC 회원국 가운데 유가 인상이 절실한 산유국 가운데 하나로 초인플레와 70억 달러 상당의 채무연체, 식품 부족, 그리고 자국민 수백만 명의 국외 탈출 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또 수년간 지속한 부패와 관리 부실로 원유 생산량도 반감된 상태이며 이에 따라 OPEC 내 영향력도 줄어든 상태이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니 바하르 연구원은 OPEC의 생산량 조정 과정에서 케베도 의장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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