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스님 에세이집 '그래,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무심코 지나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웃거나 행복한 데에 이유가 있고, 다투거나 화가 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감정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에 저마다 이유가 붙는다. 물론 그럴듯한 이유도 있고, 남들이 보기에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문장가로 꼽히는 성전 스님은 새 책 '그래, 다 이유가 있는 거야'(마음의숲 펴냄)에서 이 모든 이유를 들어주고 인정하면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성전 스님이 평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BBS 불교방송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에서 소개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마치 라디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듯 쉽고 편한 문장으로 마음을 열고 이유를 이해하며 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7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성전 스님은 "나이도 들어가는데 세상에 크게 기여한 것도 없고 덕을 베푼 것도 없는 것 같았다"며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따뜻하게 사는 방법으로 세상 모든 현상을 자신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니 모든 사물과 풍경이 다 정답고 따뜻하게 다가왔고, 어디에서나 위로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녁노을을 보면서는 아버지 모습을 떠올렸다.
"오늘 한 생애의 그림자 하나를 떠나보내고/돌아와 걷는 저녁노을 길에서/나는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노을이 눈보라 치던 추운 날,/따끈한 막걸리를 드시던 아버지의 표정을 닮았다는 것을./노을만 보면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이/우연이 아니었습니다."(163쪽)
다만 스님은 분노나 폭력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부드럽고 품격과 덕이 밴 방식으로 세상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간 '해인' 편집장, 불교신문 주간을 역임했으며 현재 천안 천흥사에 머무는 스님은 지금까지 '행복하게 미소짓는 법', '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 '괜찮아, 나는 나니까' 등 10여권을 책을 펴냈다.
스님은 "그동안은 주로 내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며 "모두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타인이 어떤 연유에서 말하고 행동하는지는 보지 않아 점점 각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다 이유가 있고, 살아가는 것은 이유의 연속"이라며 "사소한 이유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도 들어주는 게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자세"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제목처럼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남을 탓할 일도, 무엇 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스님은 남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남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깨우는 아름다운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거창한 교리 전달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고자 했다"며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으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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