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리구매상·개별 관광객이 대다수"…'싹쓸이 쇼핑'에 매출은 고공행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遊客)'가 정말 돌아왔을까.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이 47만5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다고 발표하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발길이 끊겼던 '유커'가 돌아온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는 수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면세점업계의 반응은 시큰둥 하다.
늘어난 중국인 입국자의 대부분은 단체관광객이 아니라 대리구매상(다이공)이나 개별 관광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9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최근 면세점을 방문하는 중국인 가운데 단체관광객은 사실상 0명에 가깝다.
하루 평균 100∼200여명 정도가 '단체객'이라는 명목으로 면세점을 찾기는 하지만 '유커'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단체 비자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면세점을 찾을 때만 여행사를 끼고 단체로 방문하는 경우나 대리구매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 이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을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는 하루 평균 7천∼8천명 수준이었지만 이후 2천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현재는 사실상 발길이 끊긴 상태다.
신라면세점이나 신세계면세점의 사정도 비슷하다.
그나마 신라나 신세계의 경우 지난 10월 중국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인 '한야(ANYA·韓雅) 화장품'의 임직원 820여명이 단체로 찾는 등 기업체의 인센티브 투어단이 가끔 방문하기는 하지만, 롯데의 경우 한한령에 따른 롯데 계열사 이용 금지 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인센티브 투어 차원의 방문도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면세점 매출은 14억3천819만 달러(1조6천223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6% 증가했다. 올해 1∼9월 매출액도 129억1천736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매출 128억348만 달러를 넘어섰다.
면세점업계에서는 이를 중국 대리구매상들의 '싹쓸이 쇼핑'의 결과로 풀이한다.
업계는 대리구매상들의 대량 구매가 단기적으로 매출을 부양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유커가 되돌아오기를 희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리구매상들은 인기 아이템만 골라 대량 구매하는 '목적 구매'가 대부분이고 면세점에서도 수수료 명목으로 구매액의 평균 20% 안팎을 되돌려주는 관행이 있어 업체로서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결국에는 유커 유입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2년여 가까이 중단됐던 중국인 단체관광이 다시 시작될 경우, 오히려 시장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 면세점中 단체관광객은 관계자는 "현재는 보따리상들에게 각 면세점이 지급하는 수수료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상황인데 단체관광이 재개되면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무한경쟁, 치킨게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