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내부서 '트리아 장관, EU 협상서 너무 양보' 사퇴 원해
트리아 내심 불만, 현지 언론 "못 참겠다" 문자 공개…본인은 부인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탈리아의 내년 재정적자 예산안을 총괄했던 조반니 트리아 재정경제장관이 연립정부 내부에서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는 7일(현지시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트리아 장관의 사퇴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리아 장관이 유럽연합(EU)과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오성운동 내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다른 한 축인 극우 정당 '동맹'은 트리아 장관의 유임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정적자를 전임 정부가 계획했던 것보다 3배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정해 EU로부터 수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EU 예산편성 지침에는 재정적자 상한이 GDP의 3%이지만 이탈리아는 GDP의 131%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예산편성 때부터 논란이 됐다.
EU가 예산안 수정을 거부한 이탈리아를 제재하기로 했지만 협상 여지를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트리아 장관의 사퇴설이 불거지자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예산안 논란의 책임을 그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트리아 장관은 올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이 애초 밀어붙였던 파올로 사보나 대신 경제장관으로 낙점된 인물이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의 유로존 가입을 '역사적 실수'라고 주장했던 사보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리아 장관은 취임 초 유로존 탈퇴는 없으며 국가 부채도 줄여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포퓰리즘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재정적자를 확대한 예산안을 편성했을 때는 주세페 콘테 총리와 EU 집행위원회에서 이탈리아의 입장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한편 이날 이탈리아 일간 '일 조르날레'는 트리아 장관이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트리아 장관은 문자에서 "더는 참을 수 없다. 한번 공격이 지나가면 또 다른 공격이 이어진다. EU 경제장관 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를 의회 위원회에 세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퇴, 경질설이 분분한 가운데 트리아 장관은 이날 물러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건 없다"며 고개를 저었고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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