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표결·밖에선 농성…정기회 마지막 본회의 진풍경
민주·한국 vs 야 3당, 선거제 개혁 놓고 대치 국면 이어져
예산안 본회의 표결 앞두고 야 3당 반대토론'…표결은 불참
"날치기 처리" vs "예산안 볼모 삼지 마라"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차지연 설승은 이슬기 기자 = 2018년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7일 저녁 국회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장 안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동안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본회의장 밖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쟁점 안건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의 본회의장 안팎 대치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모두 합쳐 의석수 49석에 불과한 야 3당과의 대치도 불사한 채 거대 양당이 이례적으로 손 잡은 모양새였다.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문을 사이에 두고 거대 양당과 야 3당의 소리 없는 신경전은 이어졌다.
야 3당 의원과 당직자 수십 명은 본회의장 입구 앞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처리에 대한 항의로, '기득권 양당 야합은 민주주의 부정'이라고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이틀째 단식을 이어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자리한 책상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찬가지로 단식을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바닥에 앉아 투쟁 중이었다.
전날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의 동시 처리를 요구하는 야 3당을 배제한 채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고 본회의 일정을 잡았다.
야 3당은 격렬하게 반대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언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손 대표는 "촛불혁명으로 시민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문재인정권과 촛불혁명으로 버림받은 한국당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서로 야합을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한국당은 막판 타결의 끈을 놓지 않고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야 3당 설득에 나섰다.
민주당 홍영표·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들어 비공개 회동을 통해 이견 조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오후 4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7시로 연기됐다.
선거제 개혁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야 3당이 불참한 채 오후 7시 33분 본회의가 시작됐다.
야 3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내년도 예산안을 제외하고도 이날 본회의에 올려진 안건만도 199건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밀어내기식 처리'였다.
이날 자정 즈음부터 다음날 오전 2시 무렵까지 기획재정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를 거치며 갈등은 증폭됐다.
종합부동산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인 4건의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기재위 전체회의가 개최되자 야 3당은 '기득권 야합 규탄한다'는 팻말을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 민주당과 한국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심상정 등 야 3당 의원들이 정성호 기재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 진행을 규탄하자 정 위원장은 "회의장이 소란해서 회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다.
이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원을 제외한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아예 제한하면서 출입문을 막은 국회 직원들과 야 3당 의원들 사이에 격한 실랑이가 오갔다.
일부 의원들은 "야합에 의한 날치기 처리"라며 고성을 지르거나 "문을 열라"며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오전 3시께 재개된 본회의는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야 3당은 보이콧을 이어가면서도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만 반대 토론 등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표결을 앞두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민주·한국당이) 기득권 동맹을 대연정으로 포장하고, 국회의 오랜 관행을 무시하는 날치기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큰 틀에서 우선 합의하고 나머지는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고 호소했다.
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도 야 3당을 배제한 예산안 처리에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현행 선거제는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마땅히 개편돼야 한다"며 "하지만 예산 처리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예산안 표결이 진행되는 바로 그 순간에 회의장 밖에서는 농성 중인 야 3당 관계자들이 외치는 "기득권 야합 규탄한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거대 양당의 예산안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찾은 야 3당 의원들도 표결에는 불참했다.
예산안은 이날 오전 4시 27분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됐지만, 야 3당을 사실상 '패싱'하는 등 문제점을 보인 탓에 당분간 정국은 경색될 전망이다.
표결을 마친 민주·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올 때 야 3당의 본회의장 앞 농성장에 내걸린 '무기한 단식농성' 팻말에 적힌 날짜는 '2일째'에서 '3일째'로 바뀌어 있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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