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미래에셋, 증권·보험사 인력감축…신한카드 이어 현대카드도 희망퇴직
카드노조, 당정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에 "대량해고 우려" 반발하기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제2금융권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실적악화에다 정부 규제가 강해진 탓이다. 호황기에 대거 채용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각각 제2금융권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105560]은 증권과 손해보험, 미래에셋은 증권과 생명보험을 주력 계열로 두고 있다.
임직원 약 3천100명인 KB증권은 오는 12일까지 43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 KB투자증권과 통합하고 나서 처음 이뤄지는 희망퇴직이다.
약 3천300명의 임직원을 둔 KB손해보험도 노동조합과 희망퇴직을 협의 중이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 이후 첫 희망퇴직이다. KB손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전속지점도 일부 통폐합했다.
미래에셋생명[085620]은 지난 10월 전체 임직원(1천100명)의 약 10%인 11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006800]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4천600명의 인력에 대해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은 지난달 "회사가 점포 30% 감축 계획을 밝혔다"며 감원 반대 성명을 냈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BCG는 현대카드 임직원 약 1천600명 중 4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업계 1위 신한카드(총 임직원 2천400명)는 올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200여명을 감축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8년, 2010년, 2013년, 2015년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들 증권·보험·카드사는 실적악화, 또는 규제강화나 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등으로 인력을 감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9천576억원으로 2분기보다 2천882억원(23.1%) 감소했다.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1∼3분기 생보사들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2천582억원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3조8천381억원 감소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천239억원 줄었다.
보험사들은 2022년 IFRS17 도입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이 경영에 막대한 부담 요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최악의 경우 수조원의 자본확충 부담이 예상돼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절감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잇따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직격탄을 맞았다.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31.9% 급감했고, 3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4.0% 줄었다. 최근 당정이 발표한 수수료율 추가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1조원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카드사 노조 협의회는 "수수료 개편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1조9천억원이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모든 카드사가 적자에 빠질 수 있고, 대량해고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며 "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으로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에선 과거 대규모 채용에서 비롯된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력 구조가 보다 근본적인 인력감축 요인이라는 시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997년 말 '국가 부도의 날'이 오기 전 금융권의 호황기에 인력을 대거 뽑았고, 20여년이 지난 현재 이들이 퇴출 대상으로 몰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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